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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대기업 일자리 분석해보니...신세계ㆍCJ 등 유통ㆍ서비스 일자리 증가 두드러져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문을 연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엔 450여 명이 일한다. 롯데마트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 126명이고, 안전과 미화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도급·용역 직원이 35명이다. 입점업체 소속 직원도 300여 명에 달한다. 대형마트 1곳의 고용 유발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의 이병희 상무는 “보통 대형마트 한 개를 오픈하면 5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복합쇼핑몰은 수천 명까지 늘어난다”고 말했다.
 제조업에서 유통·서비스업으로 고용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자리 화수분 역할을 하던 삼성·LG 등 제조 기업의 일자리 증가 폭은 둔화하는 반면 롯데·신세계·CJ 등 유통·서비스 기업의 일자리 증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정보 포털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30대 대기업의 종업원 수 증감 추이를 분석한 결과다.
 첫 5년(2006~2011년)만 해도 종업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삼성이었다. 해당 기간 19만1344명에서 25만8507명으로 6만7163명이나 늘었다. 삼성 뒤로 LG(4만7976명), SK(3만9364명), 현대차(2만4239명) 순으로 종업원 수 증가가 많았다. 전자·반도체·자동차 등 전통적인 제조기업들이다.
 하지만 나중 5년(2011~2016년)은 흐름이 완전히 바뀐다. 신세계가 3만725명이 늘어나 증가 폭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은 롯데(2만5915명)였다. 유통기업인 이들 기업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의 점포를 출점한 효과로 분석된다. 반면에 직전 5년간 종업원 수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던 삼성의 경우 이 기간 1만6710명이 되레 줄었다. 2015년 화학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잇따라 매각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CJ가 2015년 6만659명이던 직원 수가 지난해엔 6만5076명으로 4417명이 늘어나 직원 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CJ 관계자는 “올리브영 매장이 1년간 552개에서 800개로 확장되면서 고용인원이 4000여 명이 늘어난 효과”라고 말했다. CJ 다음으론 신세계(3569명)와 롯데(3555명 증가)가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제1 목표인 일자리 정책 역시 유통·서비스 일자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한국서비스경영학회장인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는 단기적이고 외과수술적인 접근”이라면서 “결국은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킴으로서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6.7명에 달하지만 제조업은 8.8명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취업유발계수는 특정 재화를 10억원어치 생산하기 위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취업자 수와 다른 부분에서 간접적으로 고용되는 취업자 수를 합친 것이다. 동일한 조건이라면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해 2배 이상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서비스 일자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적고, 생산성도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이 70%를 넘는데, 한국은 60%도 안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4년 OECD의 평균적인 서비스산업 생산성이 제조업 생산성의 90%인 데 비해 한국은 45%였다.
 이 때문에 유통·서비스 일자리의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제조업에 비해 서비스 일자리 수가 증가하고 있다곤 하지만 유통 쪽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대다수가 저임금 위주라는 것이 문제”라면서 “금융·의료·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를 늘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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