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 저임금 노동자 소득 줄어" 논란의 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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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비정규직 해소와 함께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3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서둘러 실현하라는 압박이다. 최저임금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영향에 대한 상반된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시애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최저임금 15달러 합의 #워싱턴대, "저임금 노동자 근로시간 줄어 손해"

시애틀의 최저임금은 500인 이상,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사업장 기준 2015년 1월 시간당 9.47달러에서 같은해 4월 11달러로, 그리고 지난해 1월 13달러로 인상됐다. 오는 2021년 1월이면 전사업장 모두 15달러로 인상될 예정이다. 시애틀은 미국에서는 가장 먼저 최저임금 15달러 목표에 합의했다.

3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학교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조 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학교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조 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고로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시기는 사업 규모와 건강보험 제공 여부에 따라 다르다. 500명 이상의 기업 중 근로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기업은 2017년 1월에 이미 최저임금 15달러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건강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사업장은 2018년 1월이 인상 시점이다. 500명 미만의 사업장은 건강보험이나 팁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2019년 1월, 보험과 팁을 허용하는 사업장은 2021년 1월에 15달러에 도달한다.


6월 14일 뉴욕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푸드 서비스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혹은 그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AFP=연합뉴스]

6월 14일 뉴욕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푸드 서비스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혹은 그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 AFP=연합뉴스]

먼저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최저임금 인상, 임금, 그리고 저임금 고용: 시애틀의 근거'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했다. 첫 단계 인상(9.47달러→11달러, 16% 인상)에서는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9개월만에 2달러가 오른 두번째 단계(11달러→13달러, 18% 인상)에서는 저임금(시간당 19달러 이하)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이 9.4% 줄었고, 실제 노동 시간을 고려해 보면 시간당 임금 인상률은 3% 오르는 데 그쳤다. 총 근로시간 감소는 350만 시간, 일자리 수로는 5000명분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저임금 노동 종사자들의 연소득이 월 평균 125달러 줄어드는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반면 버클리대학교 노동과고용연구재단이 같은 정책에 대해 연구한 '시애틀의 2015-2016년 최저임금 경험'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정리했다. 버클리대 연구팀은 최저임금 근로자가 몰려 있는 요식업종에 중점을 두고 조사했다. 요식업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최저임금 인상이 늦어 팁을 포함하면 2020년에 이르러서야 13달러를 받게 된다. 버클리대는 최저임금을 11달러로 올렸어도 프랜차이즈 업종을 포함해 요식업계의 고용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적절했으며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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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갖고 학교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조 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집회를 갖고 학교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조 할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가지 상반된 연구를 두고 논쟁이 붙자 제프리 도프먼 조지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지 포브스에 29일(현지시간) 게재한 칼럼에서 두 연구 모두 각각 말이 된다고 분석했다. 버클리대의 연구는 선행 최저임금 관련 연구가 대개 그러했듯 요식업종의 취업자 숫자 위주로 들여다봤다면, 워싱턴대의 연구는 전 분야를 망라하고 근로자의 소득과 근무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를 유지한 근로자는 수입이 높아지거나, 일자리를 아예 잃어버리는 것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워싱턴대학의 연구는 그동안 간과됐던 부분을 들여다봤다. 근로시간 감소여부다. 그 결과 일자리를 잃지 않는 대신 근로 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프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급격한 인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워싱턴대학의 손을 들어준다. 물론 워싱턴대학의 연구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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