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받은 세월호 유족에게 참사 이의제기 금지한 건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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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에게 ‘국가 배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동의를 받게 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세월호 참사 유족 10명이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와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15조에 대해 “정부가 보상금 지급을 미끼로 피해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할 권리를 막고 있다”고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6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유족 “진상규명 요구 권리 막은 조항” #헌재 “행동의 자유 침해한 것” 결정

해당 조항은 배상금을 받은 피해자들의 사고 책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국가에 위임토록 하고, 배상금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시행령의 배상금 청구서 서식에는 ‘세월호 참사에 관해 어떤 방법으로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세월호 피해 지원법에는 전혀 없는 표현을 시행령에서 임의로 추가한 것”이라며 “내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최소한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원칙에 위반해 법률의 근거 없이 대통령령으로 청구인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일체의 이의 제기 금지 의무를 부담시킨다”며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배상금 등을 지급받아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다고 하더라도 관련 형사소송에서 피해자로서 참여하는 권리 등을 잃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헌재는 다만 배상금 수령 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한 특별법 16조에 대해선 “신속한 피해구제와 분쟁의 조기 종결이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성이 인정된다”며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이미 종료된 배상금 신청 기한의 효력과는 관련 없다”며 “배상금을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추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민사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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