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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로 재미본 류현진, 커브로 아쉬움 삼키다

중앙일보

입력

그 때 그 느린 커브를 던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공 86개를 잘 던지고도 실투 1개에 고개를 떨궜다. 류현진(30·다저스)의 4승 도전은 실투에 의한 홈런 한 방에 좌절됐다.

LA다저스 류현진 선수. [중앙포토]

LA다저스 류현진 선수. [중앙포토]

류현진은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5와3분의2이닝 동안 7피안타·8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0-2로 뒤진 6회 말 2사 1·2루에서 내려왔지만 9회 초 다저스가 2-2 동점을 만들면서 패전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6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는 실패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30에서 4.21로 낮아졌다.

다저스는 1-2로 뒤진 9회 초 야스마니 그랜달의 동점 솔로포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9회 말 1사 1루에서 스트라이크 낫아웃 때 포수 그랜달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1루 주자가 홈을 밟아 결국 2-3으로 졌다.

이날 류현진은 5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였다. 올 시즌 처음으로 1회와 2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류현진은 3회부터 매회 안타 1개씩을 허용했지만 큰 위기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 류현진은 타구에 왼발을 맞기도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무기력하기만 했던 다저스 타선이었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벌어야만 했다.

류현진은 이날 빠른 공 대신 커브(24개)를 가장 많이 던졌다. 커브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전개해 나갔다. 류현진은 이날 8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부상 복귀 후 두 번째로 많은 탈삼진을 기록했다. 21개를 구사한 체인지업 제구도 좋았다. 특히 오른손 타자 바깥쪽 코스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효과를 봤다.

[MLB.COM 캡쳐]

[MLB.COM 캡쳐]

이날 류현진은 에인절스의 간판 타자 앨버트 푸홀스를 세 차례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최고 시속 150㎞를 기록한 직구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결정구 역할을 했다. 포수 그랜달의 노련한 볼배합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커브 실투 한 개가 발목을 잡았다. 느린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뺐는데 효과적이지만 가운데로 몰릴 경우 장타를 허용할 위험이 크다. 6회 2사 2루에서 류현진은 안드렐톤 시몬스를 상대로 초구에 시속 117㎞짜리 느린 커브를 던졌다.

하지만 다소 높은 코스에 몰리면서 투런포를 허용했다. 올해 15번째 피홈런이었다. 류현진은 이후 안타 2개를 더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실투 한 개의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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