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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른 김상곤 청문회, 여야 고성 끝에 1시간 30분 지나 본격 질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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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시작부터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빚어졌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한 본격 질의는 뒤로 밀렸다.

野 "논문표절은 도둑질" vs 與 "명예훼손 인격모독"

 우선 이날 자유한국당이 청문회장 바깥벽에 김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부착한 게 화근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 내 노트북 바깥쪽에는 ‘5대 원칙 훼손’, ‘논문표절을 솔선수범했나’, ‘내로남불’ 등의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부착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논문표절' 등을 항의하는 문구를 노트북에 부착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논문표절' 등을 항의하는 문구를 노트북에 부착해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인사청문회 시작을 알리자마자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유 의원은 “상임위장 밖 벽에 일방적인 주장으로 가득 찬 내용이 도배되어 있다”며 “청문회에서 검증해야 할 내용을 저렇게 상임위장 밖 벽에 붙여놓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렇게 일방적 주장을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붙여놓는 것은 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위원장님께서 밖에 있는 (포스터)를 철거할 수 있도록 지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유 위원장이 “상임위장 밖에 검증 관련 자료들을 붙여놓은 것이 적절한지 판단해서 적절한 조처를 해달라고 (국회 사무처에) 요청했다. 현재 국회 사무처에서 (포스터를) 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들이 “위원장님이 사무처에 떼라 마라 할 게 아니잖아요”라고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벽에 붙여 놓은 '논문표절' 의혹 관련 벽보를 국회 직원들이 떼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벽에 붙여 놓은 '논문표절' 의혹 관련 벽보를 국회 직원들이 떼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위원장께서 복도 게시물 철거를 사실상 국회 사무처에 요청한 것은 위원장의 직무를 남용한 것”이라며 “우리 위원회를 매우 편파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야당 의원들께 사과해주시기 바란다”고 항의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김 후보자가) 논문 표절한 것에 대해서 보좌진들이 고생해서 만들어서 (회의장 바깥 벽에) 붙였다. 시간이 없으니까 이런 형태로 정치적으로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며 “그것이 철거됐다는 점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이 장내를 정돈하고 회의를 진행하려던 순간 민주당이 야당을 비판하자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면서 회의장은 또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모니터에 내건 ‘논문도둑 가짜인생’ 손팻말에 대해 “이게 정치적 주장이라고 보시나. 이것은 명예훼손이자 인격모욕”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발언 도중 한국당 이장우 의원이 반박하려 하자 “국민 여러분, 지금 끼어드는 분이 이장우 의원님이다. 제가 의사진행발언하는데 왜 끼어드시냐”며 “끼어들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김 후보자가 자유한국당이 붙여놓은 표절의혹 자료들 사이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김 후보자가 자유한국당이 붙여놓은 표절의혹 자료들 사이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한국당 이장우 의원이 “야당이 (정부여당의) 정치적 잘못을 (지적하는) 주장에 대해 이렇게 청문회장에서 그렇게 아주 대놓고 방어하는 건 국민의 대표기관이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표절의 ‘절’(竊)자는 ‘몰래 도둑질하다’는 뜻이다. 남의 논문을 그대로 베낀 것이 바로 도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발언 도중 여당에서 항의가 쏟아지자 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노웅래ㆍ신동근 의원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저도 김민기 의원과) 똑같이 말씀드리는데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절의 ‘절’(竊) 분명히 말씀드린다. 도둑질하다는 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우여곡절 끝에 회의가 시작된 지 20여분 만에 선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서 이후에도 이 같은 여야 간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본격 질의는 1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시작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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