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십대의 위험한 ‘사다리타기’…인증 없이 5분만에 도박사이트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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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세영·정차현·정혜린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다리 타기’ 같은 도박성 게임부터 ‘토토’ 등 스포츠 도박까지 십대의 일상 깊숙히 파고든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 교실에서는 학생들의 희노애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모바일 앱이나 SNS 등을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는 청소년이 성인 인증을 없이도 간단히 가입할 수 있어 더욱 문제가 된다. 우리는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실태를 파헤쳐 보았다.

다음은 불법 도박에 대한 청소년들의 접근성과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고등학생 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불법 도박을 접해본 적이 있는지 알아보는 문항에서 19%의 응답자가 불법 도박을 직접 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과반인 58%가 불법 도박을 '들어보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조사에 응한 청소년 가운데 약 77%는 불법 도박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본 셈이다.

불법 도박에 대해 청소년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청소년기에 불법 도박을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대답이 67%였다. 그러나 스스로 절제한다면 가끔은 해도 괜찮다는 응답이 23%였고, 불법 도박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응답 비율도 10%를 차지했다. 더욱이 성인이 되면 불법 도박을 '절제해서 가끔은 해도 된다'(42%)거나 '해도 문제가 없다'(13%)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다. 성인이 되어도 불법 도박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대답은 45%에 그쳤다.

불법 도박의 장·단점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장점으로 '배로 받는 돈, 쾌감, 명예, 지위, 유흥, 스트레스 해소, 스킬’ 등을 꼽았다. 장점이 '없다'는 대답도 나왔다. 반면, 단점으로는 '돈을 잃음, 신용을 잃음, 시간을 낭비함, 금전 개념을 잃음, 인생을 망침, 성적 하락, 전부 잃음, 절제력을 잃음, 스트레스를 받음' 등을 지적했다.

한 청소년이 피씨방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우리는 불법 도박을 경험해본 청소년 7명을 대상으로 추가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불법 도박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물었다. '친구가 하는 것이 재미있어 보여서' 시작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2명, '친구에게 휩쓸려서'라는 사람이 2명이었다. 친구의 영향을 받아 불법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돈이 필요해서' 도박을 시작한 사람도 3명이었다.

그런데 다음 질문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불법 도박을 경험한 이들 7명 가운데 3명은 도박을 통해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대답해 '잃은 것이 더 많다'(2명)고 응답한 사람보다 많았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반반이다'는 사람은 2명이었다.

그러나 불법 도박을 주변에 추천하겠냐는 물음에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5명으로 '추천한다'는 사람(2명)보다 많았다. 불법 도박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면서도 추천하지는 않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현상이 불법 도박의 중독성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청소년이 불법 도박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했다. '일확천금을 위해서', '돈이 필요해서', '재밌어서'라는 응답이 각 2명이었고, '잃은 돈을 회복하기 위해서'(1명)라는 대답도 있었다.

조사 결과,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에 상당히 많이 노출되어 있으며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불법 도박의 중독성 때문에 빠져나오기가 힘들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이어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생각을 더 들어봤다.

[사진=중앙포토]

-불법도박을 접하게 된 경로가 무엇인가.
“중3 초반에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있고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되었다.”

“SNS 광고를 통해 알고 친구와 함께 시작했다.“

“PC방 컴퓨터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를 보고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재밌어 보여서 따라 시작했다.”

-주위에 불법 도박을 하는 친구들은 몇 명인가.
“8명에서 10명 정도다.”

“굉장히 많다.”

-불법 도박을 통해 얻고 잃은 금액은 얼마인가.
“100만 원 정도를 사용하고 30만~40만 원 정도의 이익을 보았다.”

“500만 원 이상 얻었는데 그 중 200만~300만 원은 불법 도박에 다시 썼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1000만 원을 땄지만 금방 잃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면서까지 불법 도박을 해서 결국은 손해를 봤다.”

“130만 원의 이익과 60만 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

-금전적 손실 외에 어떤 영향을 받았나.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필요할 때 돈을 사용하지 못해 빚이 쌓인 적이 있었다.”

-불법 도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호기심에 시작을 한 후 돈을 잃었을 때 잃은 돈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과 얻었을 때 더 벌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렵기 때문이다.”

-불법 도박이 자신의 인생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100만 원 단위의 돈이 작아 보이는 인식이 생겼고 돈을 함부로 사용하게 되었다. 또 여가시간을 불법 도박을 하며 보내므로 학업에 영향을 미쳤다.”

-불법 도박을 하다 누군가에게 들킨 적이 있는가.
“형에게 걸려 형이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향후에도 불법 도박을 할 생각이 있거나 혹은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가.
“돈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지 않다.”

“다시는 할 생각이 없다.”

“절대 추천은 하지 않지만 끊을 수가 없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실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은 아프리카TV, 소셜미디어(SNS), 음란물 웹사이트, 친구 등을 주요 경로로 지적했다. 특히 SNS를 통해 불법 도박을 접한 경우가 많았는데,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와 구독자가 많은 SNS 채널의 댓글란에서 처음 알게 됐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SNS를 이용하는 시간이 긴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인 것이다.

도박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배포하는 페북 스타. 팔로워 27만명이다. 게시물의 댓글에는 보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한다.

하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를 알아도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이 어떻게 실제 도박을 할 수 있는 걸까. 인터뷰 대상자 중 일부는 불법 도박 사이트 가입 시 성인 인증 절차가 없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입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전화 통화로 나이를 인증하게 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우리는 불법 도박 사이트 가입이 정말 쉬운지 알아보기 위해 가짜 정보를 넣은 계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가입 첫 화면. 가입경로에서 본 추천아이디를 입력하면 회원가입 페이지가 뜬다.

회원가입란에 가짜정보를 기재하고, 회원가입 신청을 눌렀다. 페이지에서는 회원가입이 되었다는 알림이 표시되었고, 로그인하자 ‘회원 가입 확인 중’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해당 업체에서 전화가 와 통화를 한 뒤 정상적으로 회원가입이 되었다. 첫 충전에 관련된 이벤트가 메인화면에 떴다.

회원가입 절차는 생각보다 간소했다. 5분 이내로 계정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빠르고 절차가 간단해 청소년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또한,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 구별하는 장치가 전혀 없었다. 나이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가입하기가 더욱 쉽다.

다음은 회원가입을 하며 통화한 내용이다.

토토 사이트: (중략) 본인 확인차 계좌번호랑 예금주 좀 말씀해주세요.
청소년기자: (계좌번호와 이름을 말해줌)
토토 사이트: 확인되셨고요, 혹시 실시간 또는 스포츠 하세요?
청소년기자: 네.
토토 사이트: 실시간이랑 스포츠 중에 어떤 거 하세요?
청소년기자: 실시간이요.
토토 사이트: 가입경로가 어떻게 되죠?
청소년기자: 그냥 페이스북에서… 댓글 보고 왔는데요.
토토 사이트: 아 그래요. 저희가 실시간 유저들한테 최초 충전할 때 매칭 포인트를 지급해주잖아요. 그거 제일 좋으시고요, 베팅하실 때 베팅 유저 나와 있으니까 읽어보시고 베팅해주시고요.
청소년기자 : 예 알겠습니다.
토토 사이트: 네 승인되었습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는 데 걸린 통화 시간은 1분 14초였다. 회원가입 신청과 본인 인증을 합쳐도 5분 이내에 청소년 신분인 청소년기자가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가입절차의 문제와 청소년의 불법 도박 이용 실태에 대해 입장을 듣고자 다시 전화했지만 소속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청춘들이 꽃다운 시절을 불법 도박으로 허비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빠져나올 수 없는 도박의 늪으로 빠지는 청소년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점점 자신이 감당할 수도 없는 금액을 걸고 또 건다. 도덕보다 도박을 먼저 배우는 우리 청춘들.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철저한 단속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글=배세영·정차현·정혜린(경기 판교고 2) TONG청소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