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장진호전투 기념비' 헌화로 방미 일정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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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시작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방문 '3박5일'의 첫 일정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지 시간으로 28일 워싱턴D.C에 도착하자마자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6ㆍ25전쟁 중이던 1950년 11월 미 해병1사단이 주축이던 연합군은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에서 북한의 임시수도였던 강계를 점령하려다 중공군에 포위됐다. 전멸위기까지 겪었던 이 전투는 '미국 전쟁사상 가장 고전한 전투'로 기록될 정도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당시 1만5000여명의 연합군이 12만명의 중공군에 포위되면서 수천명이 사망하고 1만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중공군에서도 4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문 대통령에게 이 전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연합군은 결국 중공군의 포위를 뚫고 함경남도 흥남에 도착했고, 이들이 193척의 군함에 군인과 민간인을 태워 흥남을 탈출시킨 게 바로 '흥남철수'다.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12월 22일 7600톤급 상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했던 1만4000여 명의 피란민에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부모가 미군선을 타고 피난 온 3년 뒤인 1953년 1월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정 실장은 “한ㆍ미동맹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가족사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미 일정 대부분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짰지만 기념비 헌화 일정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헌화 이후 문 대통령은 양국의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및 만찬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29일 오전 미 의회 상ㆍ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첫 대면 한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상견례를 하고,만찬을 함께 한다. 백악관에서의 부부 동반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전 문 대통령은 먼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다. 선친이 한국전 참전 용사인 펜스 부통령이 의욕을 보여 동행이 성사됐다. 이 자리엔 흥남철수 작전을 수행한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상회담은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청와대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양 정상이 각각 회담의 소감을 언론발표 형식으로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동 기자회견’ 형식이 아닌 두 정상이 각각 소회를 ‘발표’하는 형식이어서 추가 질의응답은 생략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때는 공동 기자회견도 공동성명도 없었다. 반면 지난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예정에 없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동맹국인 일본의 입장을 100%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펜스 부통령과의 오찬 회동을 끝으로 백악관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다. 그 이후엔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한뒤 관계자들과 만찬회동을 한다.
이어 다음달 1일 동포 간담회와 특파원 간담회를 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정 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간의 수시통화, 상호방문, 다자회의 회동 등 긴밀한 협의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했고,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꼽히는 북핵과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선 “큰 틀에서의 공동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태화ㆍ위문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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