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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국 칼럼

누가 문재인 지지도를 올려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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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진국
김진국 기자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높다. 여전히 80% 부근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야당의 근거지라는 대구·경북에서조차 66%다. 이달 초보다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오차범위 안에서 미세한 조정 정도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감동 없는 말초적 메시지 정치가 #반대세력 민주당으로 지지 몰아줘 #보수를 재건하려면 반성부터 하고 #무엇을 지킬지 보수 가치 찾아야 #서민에 공감, 미래의 희망 주게 #기득권 카르텔 깨 새 인물 키워야

과거 다른 대통령들이 누려 보지 못한 고공행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만 취임 1년 차에 80%를 넘었을 뿐이다. 더구나 이명박(52%)·박근혜(42%) 전 대통령의 취임 1년 차 1분기 지지율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 수치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얻은 표는 41.1%다. 취임 이후 거의 갑절이 늘었다.

누가 이런 지지를 몰아줬나. 전문가들이 빠뜨리지 않는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그래서 준 것이 41.1%다. 국정 지지도가 갑절이나 뛴 것은 또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첫째는 문 대통령 본인이고, 다른 하나는 야당이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출범했다. 그 점을 생각하면 매우 빠르게 국정을 정상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긴 박 전 대통령의 그늘은 문 대통령이 조금만 노력해도 빛이 나도록 도와줬다. 미흡한 부분이 있어도 소통과 탕평 노력은 전 정부와 대비돼 더욱 돋보였다.

야당은 어떤가. 존재감마저 사라져 버렸다. 같은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가 말해 준다. 더불어민주당이 50%인 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한 자릿수인 9%다. 지지 기반이라는 대구·경북에서조차 24%로 민주당(30%)보다 한참 뒤진다. 지난 정부 탓만 할 수 없다. 현재의 한국당 스스로 민주당에 표를 바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당을 보면 답답하다. 집권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야당으로서 기득권을 지키는 데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자극적인 대결 정치가 이념의 양극화와 압도적인 민주당 지지로 몰아간다.

첫째, 반성이 없다. 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우리가 추구할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재집권을 영영 못할 수도 있다”고 했지만 새삼스럽다. 이미 탄핵 이후 비상대책위를 꾸렸다. 그렇지만 보여 주기 이상의 절박함은 없다. 구체적인 행동은 아무것도 없다.

탄핵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나. 모두 최순실을 몰랐다고 한다. 누가 책임져야 하나. 국민인가. 집권당으로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 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책임지지 않는 반성은 입에 발린 말에 불과하다. 책임지지 않는 정당에 어떻게 정권을 맡기나.

적극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것만 잘못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죄악이다. 세월호가 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방치한 정부·여당도 큰 죄를 지은 것이다. 지난 정부의 잘못이라고 떠넘길 일이 아니다. 집권자마다 경제가 어려운 건 지난 정부 탓이라고 떠넘길 건가. 그러고도 정권을 달라고 할 건가.

보수를 재건하려면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 무엇을 지킬 건가. 국회의원으로서 기득권인가. 정우택 원내대표가 고백했듯이 보수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없다. 지난 대선을 봐도 도널드 트럼프식 자극적인 메시지 정치뿐이었다. 내용은 없이 말초신경만 건드렸다. 그런 잔재주로는 감동이 없다. 할 수 있는 건 적극적인 지지자를 묶는 것뿐이다.

왜 정치를 하나. 왜 집권하려고 하나. 한국당이 대답하기 전에 그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먼저 생각해 보라. 당 대표 경선에서도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외면하는 전당대회에서 자리 다툼하는 것이 한국당의 지도부 모습인가. 국민이 피땀 흘릴 때 어디에 있었길래 대한민국이 이룬 성과가 모두 내 덕분이라고 큰소리칠 수 있을까.

이제 필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쌓아 놓은 업적을 내 것이라고 가로채는 것으로 표를 얻을 때는 지났다.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비전, 서민의 고민을 함께하는 공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줄 때 집권도 가능하다. 한국당이 언제 그런 고민과 노력을 보여 줬던가.

국민이 외면한 건 박 전 대통령만이 아니다. 한국당식 사고, 한국당식 국정 운영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회전문 인사로 자리를 바꿔 분칠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 정도로 기득권을 지키려 하면 거기까지다. 다음 선거에서도 대안정당은 될 수 없다.

전당대회를 봐도 사람이 없다. 과거에서 자유로운 사람도 없고, 반성한 사람도 없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탐욕의 카르텔에 막혀 새로운 인물도 크지 못한다. 보수의 설계를 다시 그려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사람을 키워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30대는 아니라도 새로운 희망의 씨를 심을 새 인물들이 필요하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