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수익 있어도 기초연금 받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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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호 02면

다가구주택에서 얻은 임대수익으로 생활해 온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총 6가구가 사는 다가구주택 소유자인 A씨(77)는 2014년 11월 동대문구청에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했다. A씨의 재산은 1억원 은행 대출채무가 남아 있는 공시지가 3억6500만원짜리 이 집이 유일했다. 한 달 뒤 구청은 A씨에게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부적합결정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세입자들로부터 받는 월세 70만원에다 재산을 월소득으로 환산한 액수(37만833원)를 더하면 당시 기초노령연금 노인단독가구 선정기준(87만원)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임대소득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를 제외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듬해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나홀로 소송에 나섰다.

탈락한 70대 2년 반 소송서 이겨 #법원 “임대수익서 필요경비 빼야” #월세 받는 집주인들 줄소송 예상

핵심 쟁점은 A씨의 소득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를 제외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소득세법 제19조 2항은 사업소득금액을 정할 때 필요경비를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초연금법에는 사업소득을 소득세법에 따른 소득으로 규정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경비를 제외하는 조항까지 준용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 1, 2심 법원은 “해당 규정은 소득세 산정방법을 정한 것에 불과해 기초연금법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해 10월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해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제공한다’는 기초연금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비를 제외하고 소득금액을 계산해야 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 김필곤)는 지난달 말 “부적합결정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단순경비율(42.6%)을 적용해 필요경비를 계산했다. 그 결과 70만원의 임대수입에서 필요비용 29만8200원이 빠지면서 A씨의 소득인정액은 107만833원에서 77만2633원으로 줄었다. 당시 기준에 따르면 월 1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일 동대문구청이 최종적으로 상고를 포기하면서 확정됐다. A씨가 소송을 낸 지 2년 반 만의 일이다. 구청은 2014년부터 소급 적용해 밀린 기초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약 50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월세 수입으로 생활해온 집주인 노인들의 유사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택 임대소득을 올리는 60대 이상 가구 수는 지난해 기준 42만7000가구에 이른다. 구청 관계자는 “유사 사례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등과 협의해 확대 적용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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