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제자 등 1000명 얼굴 그린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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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선호 충북교육청 장학관이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개신동 자택에서 자신이 그린 초상화 원본을 소개하고 있다. 지 장학관은 2015년 7월부터 최근까지 학생 등 1000명의 초상화를 그렸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선호 충북교육청 장학관이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개신동 자택에서 자신이 그린 초상화 원본을 소개하고 있다. 지 장학관은 2015년 7월부터 최근까지 학생 등 1000명의 초상화를 그렸다. [프리랜서 김성태]

“꼭 웃는 얼굴만 그려요. 제 그림에선 모두가 만화의 주인공이 됩니다.”

지선호 충북교육청 장학관 #2년간 ‘희망얼굴’ 프로젝트 진행 #웃는 얼굴에 용기 주는 문구 넣어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 전시 계획

이웃의 초상화를 그려 주변에 선물하는 초보 화가가 화제다.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기법으로 2년간 1000명이 넘는 인물화를 그려 온 충북교육청 지선호(56) 중등교육과 장학관이 주인공이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제자부터 체육대회에 나가 메달을 딴 학생, 자원봉사자, 옆집 아이, 유명인사 등 다양한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지 장학관이 그림에 관심을 가진 건 청주시 가경중 교감으로 재직하던 2015년 7월 여름방학을 앞뒀을 때였다. 그는 “당시 2학기 자유학기제 시행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본인이 이루고 싶은 꿈과 소망을 고민하는 시간을 줬다”며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나는 과연 저 나이에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란 자문을 하다 그림을 그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 장학관의 초상화 첫 주인공은 아내와 카카오톡 메신저 친구들이었다. 지 장학관은 “초등학교 때 붓글씨를 배운 것 말고는 따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어 처음 작품은 엉망이었다”며 “하루 2~3명씩 50여 명을 그리고 나니 볼만한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9월 ‘희망얼굴 100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1000명의 초상화를 그려 선물하겠다는 취지였다. 지 장학관은 “학생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초상화의 주제를 희망으로 정했다”며 “초상화는 웃는 얼굴과 용기를 주는 문구를 넣어 완성한다”고 말했다.

지 장학관은 화선지에 붓펜으로 스케치하고 물감으로 채색하는 방식으로 그린다. 그는 “잘생긴 사람은 더 잘생기게 하는 게 원칙이다. 주름을 줄이고 없는 귀걸이를 걸어줄 때도 있다”고 했다.

지 장학관은 지금까지 그린 초상화를 ‘캘리 캐리커쳐 희망 얼굴’이라는 SNS에 게시하고 있다. 지 장학관은 “지난 5월까지 애초 약속했던 1000명의 희망 얼굴을 달성했지만 앞으로도 그림 재능기부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은 다음달 11일 지 장학관의 초상화 원본 1000점을 옛 연초제조창 건물에 전시할 계획이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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