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선박 750억 수주 포기해야 할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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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량 설계를 잘못한 거제시가 대책을 미루는 바람에 해외서 발주한 배 6척의 계약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행정이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어떻게 기업체의 목을 조를 수 있단 말입니까."

경남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녹봉조선소 한재진 부사장은 19일 오전 회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한 부사장은 거제시가 가조연륙교 때문에 선박진수가 지장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난 6월 확인하고도 선대(船臺)이전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제시는 녹봉조선측에 진수방법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녹봉조선측은 위험한 방법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수주 포기 위기=한 부사장은 "다리 교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올 하반기부터 현재의 선대에 배를 올릴 수 없어 그리스로 부터 수주한 화학제품 운반선 6척(7백50억원)의 계약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녹봉조선측은 지난 6월 가계약 때 진수 선박의 교각 충돌 위험을 제기하는 그리스 선주 측과 선대 이전을 약속했었다.

녹봉조선측은 본계약 예정일인 다음달 10일까지 선대이전이 결정안돼 수주를 포기할 경우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며 국가 신인도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선박 수주물량의 약 30%를 국내 조선소가 수주하고 있어 다른 업체에도 영양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녹봉조선측은 선대를 회사내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 해도 50여억원의 이전비용이 들어가고 이 선대에서 만들어 온 연간 3척의 건조도 중단해야 할 형편이다. 조선소측은 선대 이전에 걸리는 2년 동안 배를 건조하지 못하는 영업손실을 감안할 경우 1백억원 이상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진수방식 대립=거제시는 녹봉조선측에 '드래그 라인'(Drag Line)으로 진수방식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드래그 라인 방식은 경사면 진수방식때 무게 10~30t의 콘크리트 블록 4~5개를 선박에 매달아 끌고 나가게 해 속도를 떨어 뜨리고 진행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시는 진수방식을 바꾸면 현재의 선대에서도 배를 진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녹봉조선측은 드래그 라인 방식은 가장 위험한 방식이어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선소측은 콘크리트 블록이 바다 밑을 끌다가 장애물과 부딪힐 경우 견인줄을 묶은 선박 주변의 철판이 찌그러지거나 배의 전복위험까지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소측은 "거제시와 3차례 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무리한 대안만을 강요하면서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기업유치에 앞장서는 경남도의 방침과도 맞지 않는 오만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가조연륙교는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와 가조도 간을 잇는 길이 6백50m의 다리로 2001년 말 착공, 2005년 완공계획이다. 거제시는 설계때 다리가 세워지면 선박건조에 지장을 받는 녹봉조선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착공했다. 녹봉조선소는 지난 6월부터 진수할 때 활주거리(배가 바다로 미끄러지는 거리)를 확보 못해 교각과 충돌위험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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