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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내 대외정책 전통파와 함께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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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미국ㆍ유럽센터국장이 19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미국ㆍ유럽센터국장이 19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 정부를 향해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미국·유럽센터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내 전통파와 함께 움직이는 게 동맹국의 과제”라고 조언했다. 라이트 소장은 “지금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면 트럼프 정부는 ‘아메리카 퍼스트’ 그룹과 미국의 전통적인 대외 정책을 선호하는 주류 성향의 각료들로 갈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류(mainstream) 성향은 미국의 지구촌 리더십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동맹을 중시하는 철학을 뜻한다. 라이트 국장은 각료 중 대표적인 주류 전통파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지목했다.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연구소 국장 정상회담 조언 #"정부내 아메리카 퍼스트와 전통파 불편한 공존" #"매티스가 동맹 신봉 정통파, 틸러슨은 중간"

 라이트 국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도 “고고도미사일발사(THAADㆍ사드)체계 문제도 있지만 두 정상이 호흡을 맞추고 공통의 접근을 만들어야 한다”며 “처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라이트 국장의 신간 저서

토머스 라이트 국장의 신간 저서

  라이트 국장은 미국 대외 정책을 거시적으로 분석해온 전문가로 미국ㆍ유럽센터를 책임지고 있지만 동시에 아시아 안보 전문가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전쟁은 피하면서 동원하는 모든 방법(All Measures Short of War)』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동맹국들의 무임승차는 수퍼파워 미국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라이트 소장을 만나 트럼프 대외 정책에 대한 판단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과 아메리카 퍼스트는 미국의 국익을 좁게 정의했다. 미국 국익의 개념을 아주 구체적이고 협소하게 보고, 이를 벗어나면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큰 실수다. 1940년대 이후 미국은 건전한 국제 질서와 지역 질서를 광범위하게 포괄해 국익을 정의해 왔다. 그런데 이게 뒤집히면 미국은 다른 강대국과 같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 아닌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회의적이다. 동맹국이 미국을 이용해 먹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신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대 후반부터 30여년간 이런 애기를 해왔다. 미국은 전세계와 잘못된 협상을 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에 이용당하고 있으며 따라서 미국은 더 많이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신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ㆍ미 동맹을 포함해 동맹 관계에 대해서도 대단히 비판적이었다. 국제 무역 질서에도 비판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기간 동안 이같은 견해를 견지해 왔고 대선 기간중 ‘아메리카 퍼스트’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뿌리다.”
트럼프 정부는 어떤가.
“트럼프 행정부에선 아메리카 퍼스트 그룹과 주류 성향의 전통적인 대외 정책파가 불편하게 공존하고 있다. 서로에 대해 긴장 상태다. 두 집단은 결코 최종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이때문에 대단히 불안하고 예측불가능하다. 미국 대외 정책을 놓고 아메리카 퍼스트가 항상 이기지는 않지만 때로는 미국 대외 정책을 주도하는 세력이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여파를) 관리하는게 동맹국의 과제다. 주류 전통파와 함께 움직이는 게 동맹국의 과제다.”
매티스 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어느 쪽인가.
“매티스 장관은 분명히 주류 전통파다. 미국 대외 정책에서 동맹과 국제 질서에 대해 전통적 견해를 신봉한다. 틸러슨 장관은 가운데 어딘가에 있다.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에 약간 더 동조하는 것 같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워싱턴에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ㆍ미합동군사훈련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줄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매우 다른 입장에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선 신참이다. 그래서 대단히 강경하게 출발했고 북한을 더 강하게 대하기를 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땅한 해법이나 선택이 없음을 알았다고 나는 본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 때의 입장과 유사한 부분이 나오고 있다. 내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독특한 확신을 갖고 있다. 아마도 북한과 외교에 나설 여지가 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니 문 대통령의 생각과 100만 마일 만큼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문 대통령도 후보자 시절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차를 크게 여기지 않았다. 분명히 말해 다음주 정상회담은 정말로 중요하다. 출발할 때 관계를 잘 맺는게 중요하다. 사드와 같은 이슈가 있지만 두 정상은 호흡을 맞추고 공통의 접근법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귀환한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다는 발표가 나오기 직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을 분석해 달라.
“너무 북한 중심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동북아는 물론 남아시아까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란 측면에서 본다. 북한은 명백하게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유일한 이슈는 아니다. 북한 문제 해결은 중국의 협조를 통해서라고 말하며 중국에 많은 레버리지를 준다. 너무 좁게 초점을 맞추는게 어느 정도 우려된다. 아시아를, 동아시아를 전체적으로 보며 전략적 도전을 봐야 한다. 이는 떠오르는 중국의 영향력과 (이에 따른) 역내 질서의 재편이다.”
저서에서 ‘일부 무임승차는 미국이 초강대국(Super Power)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라고 했다.
“예컨대 유럽에서 미국은 프랑스와 독일이 자국 안보에 주력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유럽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선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했다. 일본의 핵 보유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동일하다. 그러니 초강대국 시스템에는 언제나 무임승차의 측면이 있어왔다. 그리고 동맹은 실제로 상당히 역할을 한다. 유럽의 몇몇 나라가 미국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이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부담을 나누는 문제를 얘기하면서 누구도 이를 거론하지 않는다.”
책 제목 『전쟁은 피하면서 동원하는 모든 방법(All Measures Short of War)』의 의미는.
“주요 국가는 서로 경쟁하지만 상대를 향해 직접적으로 전쟁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이들 나라는 큰 전쟁을 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과 직접 싸우려 하지 않고 미국 역시 그렇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전쟁까지는 아니어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할 것이다. 사이버 전쟁, 대리전, 경제 전쟁, 강압적 외교, 이념 경쟁 등이다. 그러면서도 상대와의 전쟁은 피하려 한다. 이게 책 제목이다.”
저서에서 세계 질서는 지역 질서로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무슨 뜻인가.
“서유럽은 1940년대 중반부터 냉전 종식 때까지 기본적으론 안정적인 지역 질서로 운영됐다. 동아시아도 상당 기간 안정적으로 번영해 왔다. 이런 지역 질서가 중국과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투표권을 얼마나 가지는가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제 기구나 전세계적 이슈도 중요하지만 영토 분쟁과 같은 지역 질서가 국제 질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 질서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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