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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찬성" 보수단체들, 성주 기지로 몰려가 "사드 반대" 외친 진보 측과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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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가 양국 관계에 악재로 떠오른 가운데 사드 배치를 놓고 국내적으로도 진보와 보수 진영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 성주군 주변은 사드 배치 찬·반 세력이 격돌하는 갈등의 최전선이자 사드 찬반 진영간의 대리전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22일에는 사드를 즉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주최측 추산 1500명)이 집회를 열면서 현장에서 충돌 우려와 긴장감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규모로 성주에서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주에서 진보 대 보수, 나아가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리전이 연출되고 있다.

22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2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날 오후 경북 성주군청 앞 도로에선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단체 회원들이 사드 배치 찬성 집회를 열었다. 대한구국동지회·나라사랑애국연맹·대한민국지킴이운동본부 등 10여 개 단체들이 참여했다. 집회 장소 주변엔 '사드부대 더 만들어라'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 사드기지 주둔을 환영합니다' '사드 반대자는 대한민국 국민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같다' 등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We Want War(우리는 전쟁을 원한다)'라는 공격적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든 참가자도 있었다.

성주군청·소성리서 400여명 집회 #보수단체 대규모 집회 연 것 처음 #찬성 주민들과 욕설·몸싸움 벌어져

집회 무대에 오른 김세환 구국동지회연합회장은 "북괴가 적화통일 야욕에 혈안이 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는 이 위중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중지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동맹국 간에 합의돼 지금 일부 사드 장비가 배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평가라는 미명 아래 추가 배치 운영을 중단하게 하는 것은 결국 한미 동맹을 깨뜨려서 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시키겠다는 종북세력들의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미군이 철수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 미군 철수와 동시에 한국에 들어와 있는 모든 외국 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서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휩싸이게 됨으로써 북괴가 적화통일 야욕의 마각을 드러내 종국에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2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집회에서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참가자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을 휴대전화 케이스에 붙인 주민에게 욕설을 해 싸움이 벌어졌다. 지나가는 주민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인 참가자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와 한 남성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갔다. 사드 배치 반대를 상징하는 파란색 리본 스티커를 차량에 붙인 주민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도 보였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과 주민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해 6개 중대 550여 명 규모의 경찰 인력을 집회 장소 곳곳에 배치했다.

22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했다. 집회 도중 군청 앞을 지나던 남성과 집회 참석자가 승강이를 벌여 몸싸움이 벌어졌다. 태극기를 든 사람이 깃대로 남성을 가격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2일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400여 명이 집회를 열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했다. 집회 도중 군청 앞을 지나던 남성과 집회 참석자가 승강이를 벌여 몸싸움이 벌어졌다. 태극기를 든 사람이 깃대로 남성을 가격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오후 4시쯤 집회 참가자들은 군청과 500여m 떨어진 성밖숲으로 행진했다. 이어 성주 사드 기지와 2㎞ 정도 떨어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 다시 집회를 열었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미리 와 있던 보수단체 회원 일부가 합류했다.

경찰은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50여m 정도 떨어진 지점까지만 접근을 허용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주군청 집회와 마찬가지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집회를 진행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종북 좌파 세력들 때문에 미군의 사드가 철회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여기 쳐들어 와서 XXX들을 무찔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격한 발언들이 쏟아졌지만 집회는 오후 6시쯤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2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보건진료소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과의 충돌을 막았다. 프리랜서 공정식

2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보건진료소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과의 충돌을 막았다. 프리랜서 공정식

2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보건진료소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지역 주민과의 충돌을 막았다. 프리랜서 공정식

2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보건진료소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찬성하는 보수단체 회원 500여 명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성주지역 주민과의 충돌을 막았다. 프리랜서 공정식

소성리 마을회관에 머물며 사드 배치 움직임을 살피고 있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을 빚더라도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강현욱 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원래 기조대로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하지만 보수단체들이 마을회관 바로 앞에 집회를 하기로 한 만큼 적법한 범위 안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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