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틀임’ 모양의 아차산 소나무 훔치려 2년간 뿌리째 캐는 법 배운 도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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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틀임 형태의 아차산 소나무. [사진 서울 광진경찰서]

용틀임 형태의 아차산 소나무. [사진 서울 광진경찰서]

서울 아차산에서 자라던 ‘용틀임 모양’의 희귀한 모양의 소나무를 한밤중에 훔쳐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야간에 산에서 소나무를 훔친 혐의(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62)씨 등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 4월 25일 오후 10시 30분쯤 광진구 아차산의 산책로 해맞이광장 인근에서 적송 1그루를 정과 망치 등으로 파내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소나무는 높이가 60∼70㎝로 크지 않지만,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모양이 독특해 등산객 사이 입소문이 나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아차산을 자주 오르던 최씨는 2년 전 등산객들이 해당 소나무를 가리켜 ‘용틀임 모양을 하고 있어 분재로 만들어 팔면 비싸겠다’고 말한 것을 듣고 범행을 결심한 후 전문가를 찾아가 뿌리를 손상하지 않고 나무를 캐는 방법을 배우는 등 2년에 걸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나무를 훔친 뒤 분재 전문가 등에게 “일본에서 20억원 정도에 팔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실제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때에 따라 높은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아차산을 관리하는 광진구청으로부터 소나무가 없어졌다는 고발장이 접수되자 관련 단체와 농가 등을 돌며 탐문 수사한 끝에 충북 음성의 한 농장에서 분재 작업 중이던 소나무를 발견하고 최씨 등을 검거했다.

최씨는 직업도 일정치 않고 개인 빚도 있어 ‘돈이 된다’는 말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을 시인했지만 큰 죄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진구청은 지난 15일 소나무를 돌려받아 다시 아차산에 옮겨심었다. 구청 관계자는 “가지 일부분이 잘려나가긴 했지만 소나무 생명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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