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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총파업' 예고한 노동계 …오전부터 대규모 행진 등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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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원 등이 21일 오전 불법 하도급 근절과 내국인 건설노동자 고용 대책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원 등이 21일 오전 불법 하도급 근절과 내국인 건설노동자 고용 대책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도로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과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1박2일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조합원들이었다. 건설노조는 정부에 불법하도급 근절, 근로기준법 준수, 내국인 고용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날 이들은 청와대 인근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이날은 오전 8시부터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로 인도와 3개 차로가 막혀 보행자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버스들이 정류장에 서지 못하고 차로에 승객들을 내려줬다.

건설노조는 집회를 마친 뒤 오전 8시30분부터 광화문로터리와 안국동로터리, 종각, 내자동로터리를 거쳐 세종로 공원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출근 시간대에 행진 대열이 2~3개 차로를 차지해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일부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항의했다.

민주노총이 오는 30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여러 노동조합의 선전전이 벌어지고 있다. 30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일 되는 날이다. 이날 파업 참가자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를 통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비정규직 문제 해결,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친화 정책들을 새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0일 '옥중 서신'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책임있는 조치를 하라는 것이 6·30 총파업의 요구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러 노동 관련 공약들을 내놓은 만큼 공세를 강화해 기선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정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 친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지난 정부들을 겪으며 노동계에서는 요구할 것이 몰려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정권이 문재인 정부로 교체되면서 바뀔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이 생기자 이 이슈를 좀 더 수면 위로 명확히 끌어 올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발표 및 6월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이 기자회견 개최 취지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발표 및 6월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이 기자회견 개최 취지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중·고교 급식과 교무 보조 등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30일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참여자 4만6214명 중 89.1%(4만1156명)가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근속수당 인상과 사내 복지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 정부 비정규직 대책에 무기계약직 포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다음달 1일 결의대회를 열어 문 대통령 공약인 표준운임제 도입,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등의 이행을 촉구할 계획이다. 한국진보연대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최저임금 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동행동'(만원행동)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일 노동계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의 잇따른 서울 시내 집회·행진에 경찰은 최소한의 통제선만 설치한 채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차벽을 없애고 경비 인력도 최소화했다. 행진 시위대가 차로를 점거해도 최대한 허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등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 24일 미국 대사관을 '인간띠 형태'로 감싸는 항의 행진을 예고해 경찰의 고민이 커졌다. 경찰은 일부 구간에서의 행진 금지를 통보했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집회 제한 조치다. 행진 주최 측은 21일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미 대사관 뒷길 행진 금지는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행진 금지통고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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