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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은 일할 때나"… 매일 식판 드는 지방경찰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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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위민2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오찬을 했다. 식권함에 식권을 넣은 뒤 배식대 앞에 줄을 서서 직접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메뉴는 새우볶음밥과 메밀국수·열무김치 등으로 직원들이 평소 먹는 3000원짜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위민2관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오찬을 위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청와대 위민2관 직원식당에서 직원들과 오찬을 위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중앙포토]

식당을 돌며 직원들과 악수를 주고받으며 인사한 문 대통령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 재킷을 벗고 식사를 시작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행보에 직원들은 적잖게 놀랐다고 한다.

김재원 충남경찰청장, 지난해 12월 부임 후 간부식당 폐지 #매일 직접 식판에 음식 담아 직원과 식사… 간부들도 당황 #김 청장 "먹는 것 차별둬서는 안돼" 직접 기른 농작물 공수

윤형찬 국민소통수석은 “여민관에서 대통령이 직원과 오찬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며 “대통령과의 오찬에 참석하라는 얘기를 들은 직원들이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부처 장·차관과 자치단체장 등이 손수 식판을 들고 음식을 담는 모습은 흔치 않은 장면이다. 짧게는 20여 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 부하직원이 ‘차려준 밥상’에 앉아 숟가락만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김재원 충남경찰청장(굵은 원 안)이 20일 오전 충남경찰청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직원]

김재원 충남경찰청장(굵은 원 안)이 20일 오전 충남경찰청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식판에 음식을 담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직원]

이런 관행을 일찌감치 깬 기관장이 있다. 김재원(56) 충남경찰청장이다. 지난해 12월 1일 부임한 김 청장은 충남경찰청사 7층 구내식당에 있는 ‘간부식당’을 폐쇄했다. 외부 손님을 초대하는 행사를 제외하고 열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부임 이튿날인 12월 2일 오전 7시. 출근 직후 구내식당으로 올라간 김 청장은 식권을 함에 넣은 뒤 식판에 자신이 먹을 만큼 음식을 담았다. 이어 직원들이 앉아 있는 식탁 사이로 걸어가 자리를 잡았다.

이를 보고 직원들은 순간 ‘얼음’이 됐다고 한다. 처음 목격한 장면이어서다. 간부들(경무관·총경급)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지휘관이 직접 식판을 드니 꼼짝없이 따라 하게 됐다.

김재원 충남경찰청장(굵은 원 안)이 20일 오전 충남경찰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직원]

김재원 충남경찰청장(굵은 원 안)이 20일 오전 충남경찰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충남경찰청 직원]

김 청장은 전북경찰청장 때도 간부식당을 없애고 직원들과 똑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무엇을 먹는지 점검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같이 밥을 먹는 게 좋은 방법이라는 게 그의 지휘 방침 중 하나다.

김 청장은 자신의 급여에서 일부를 떼 콩을 산다. 직원식당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도정한 지 한 달이 지난 쌀은 ‘밥맛이 없는 쌀을 직원들에게 먹여서는 안 된다’는 김 청장의 지시에 따라 구내식당 문턱을 넘지 못한다.

김재원 충남경찰청장은 “직원들이 편하고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지휘관의 역할”이라며 “계급은 조직 내에서 일할 때나 필요한 것인데 먹고 사는 것에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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