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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강수량 ‘10년 주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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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강찬수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이집트로 팔려간 야곱의 11번째 아들 요셉이 나온다. 그는 파라오의 꿈을 해석해 7년 풍년 뒤에 7년 기근이 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재상이 돼 풍년 때 얻은 곡식을 쌓아 기근에 대비했다.

갑자기 요셉 얘기를 떠올린 것은 지난달 한국기상학회에서 발표된 ‘장마 강수량 10년 주기설’ 때문이다. APCC(아태경제협력체 기후센터)와 기상청 기후예측의 분석 결과를 보면, 1992~2002년에는 장마철 강수량이 평균 281.2㎜였는데, 2003~2013년에는 422.9㎜로 크게 늘었다가 2014년부터는 다시 줄었다.

장마철 동안 전국에는 평년값(81~2010년 평균) 기준으로 356.1㎜의 비가 내리는데 2014년에는 145.7㎜, 2015년엔 240.1㎜, 지난해엔 331.2㎜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일부에서는 올해도 2014년 이후 4년째 ‘마른장마’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가뭄은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 들어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187㎜로 평년의 절반 수준이다. 시원한 장맛비가 쏟아져 더위와 가뭄을 한꺼번에 몰아냈으면 싶지만 당분간 기대할 수도 없다. 올 장마가 평년보다 늦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평년 같으면 19일 정도에는 제주도부터 장마가 시작되지만, 장마전선은 아직도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 근처 남쪽에 머물며 한반도로 북상할 줄을 모른다.

지난해 장마철에는 예보가 빗나가면서 기상청이 고역을 겪었다. 비가 온다고 예보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거나 내려도 찔끔 내린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 바람에 염전에서는 소금을 거둬들이느라 쓸데없는 고생을 했고, 골프장에서는 예약 취소가 줄을 이어 손해를 봤다.

사실 장마 예보는 쉽지 않다. 북태평양고기압-오호츠크해고기압 혹은 북태평양고기압-대륙고기압 사이의 정체전선이 형성돼 비를 뿌리는 게 장마라지만 실제 장마의 시작 시기, 장마 기간의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 연구 결과, 시베리아의 눈 덮임이나 인도양의 몬순,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앞선 겨울철의 엘니뇨까지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변수에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탓에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수천 년 전처럼 꿈에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장마 변동에 숨겨진 메커니즘을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