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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서울 자사고 학부모들 면담 거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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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대해 자사고 학부모들이 반대 집회를 한 뒤 교육청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4년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대해 자사고 학부모들이 반대 집회를 한 뒤 교육청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자율사립고(자사고) 존폐와 관련해 19일 서울 소재 23개 자사고 학부모들이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조 교육감은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교육청은 "교육부가 정책 방향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교육청이 학부모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23개 자사고 학부모들, 조 교육감 면담 요구 #"자사고 폐지에 대한 조 교육감 입장 듣고 싶다" #교육청 "면담 고려 안 해…폐지는 교육부 권한" #학부모들 "이중적 면모…교육감 두 아들도 외고" #28일 세화여고·경문고·장훈고 등 재지정 여부 발표

서울 소재 23개 자사고 학부모 대표 모임인 '자사고 학부모 연합'(자학연)은 이날 시교육청을 방문해 조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학연 송수민 회장(중동고 학부모)은 신청서 제출 직후 언론에 “조 교육감이 자사고·외고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조 교육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학연은 면담과 별개로 조 교육감과의 공개토론도 이날 요구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이 '자사고·외고 폐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현재 조 교육감은 '폐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자사고와 일반고와 선발 시기를 통일하거나, 자사고를 완전 추첨제로 강화하는 등의 구상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은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에는 자사고·외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이날 학부모들이 면담을 요구한 것은 서울교육청이 28일 서울 시내 자사고 3곳(세화여고·경문고·장훈고)과 서울외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교육청이 재지정 평가에서 '미달' 판정을 내릴 경우 이들 학교는 현재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조 교육감은 28일 재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나머지 25개 자사고·외고의 선발 방식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힐 계획이다. 현재 서울에는 23개 자사고와 6개 외고가 있다.

송 회장은 최근 김상곤 후보자,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등을 주장한 것에 대해 "교육이 정치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자사고 폐지·축소를 운운하기 전에 자사고 학부모와의 충분한 토론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송 회장은 “자사고·외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가 정상화되는 건 아니다. 과학고∙영재학교 쏠림이 더 심해지고 '강남 8학군 부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교육청이 대화 없이 밀어부치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해 학부모들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다. 26일 서울 도심에서 자사고·외고 학부모가 참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육청을 방문한 학부모들은 “조 교육감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정작 자기 자녀는 자사고·외고에 보내놓고 다른 학생들의 진학 기회는 막으려는 이중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숭문고 학부모인 유시현 자학연 총무는 “조 교육감의 두 아들 모두 외고를 나왔다. 사회 주요 인사들은 죄다 자녀를 외고·자사고에 보내놓고 우리 같은 서민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의 두 아들은 서울 소재 외고인 명덕외고·대일외고를 각각 졸업했다.

규정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학부모들의 면담 요구에 대해 일주일 이내에 답을 주게 돼 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이 면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교육청 손성조 공보팀장은 "현재로서는 조 교육감이 면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은 자사고·외고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할 뿐 폐지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가 정책 방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교육청이 학부모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

' 폐지' 이슈가 불거지자 자사고·외고 등의 공동 대응도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자사고협의회도 21일 반대 성명을 준비 중이다. 서울 지역 6개 외고 교장단도 지난 16일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8일 광양제철고·민사고·상산고·포항제철고·현대청운고 5개 자사고 교장은 공동 성명을 내고 새 정부의 자사고 폐지 공약을 비판했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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