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발언' 논란에 靑 "문정인 개인적 입장…조율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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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폭탄 발언’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8일 “문 특보의 방미는 개인 자격”이라며 “본인도 학자적 견해를 전제로 해서 말을 했고,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문 특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 중단시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 한ㆍ미 합동 군사훈련 축소 등을 언급했다.

정상회담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나온 대통령 특보의 발언인데다 문 대통령도 사흘전 6ㆍ15 기념식 때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해 문 대통령의 ‘6ㆍ15 제안’을 구체화한 수준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문 특보 역시 간담회 도중 자신의 발언이 ‘대통령이 제안 한 것(he proposed)’이라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배치된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육군 치누크(CH-47)헬기가 주한미군 컨테이너를 매달고 기지를 떠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프리랜서 공정식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가 배치된성주군 사드기지에서 육군 치누크(CH-47)헬기가 주한미군 컨테이너를 매달고 기지를 떠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프리랜서 공정식

하지만 문 대통령 생각과의 관련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부분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닌데 청와대가 말을 하면 더 혼란이 커진다”고 답을 피했다.

여권 일각에선 문 특보의 발언을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일과 연관짓기도 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02년 12월 계룡대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주한미군이 감축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은 변화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계획(전시작전권 환수)을 세워 대비토록 하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02년 12월 30일 충남 논산시 계룡대에서 3군총장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당선인 신분이던 2002년 12월 30일 충남 논산시 계룡대에서 3군총장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당시 홍보라인에선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발언의 수위를 완화해 발표했으나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당시 발언은 문제제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던진 말”이라며 “홍보라인에서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고 적었다. 대미 외교에서 주도권을 쥐어보기위해 한 ‘의도적 발언'이었다는 뜻이었다.

야권은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인사 참사도 모자라 외교 참사를 초래하려는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안보를 위협하는 무모한 도박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도 “문 특보가 김정은의 안보특보 역할을 하려고 작정을 했다”며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데, 전략자산과 합동 훈련 축소를 운운하는 것은 북한의 압력에 대한 투항”이라고 비판했다.

2013년 '한미 연합 합동 해안 양륙 군수지원 훈련'의 모습. 당시 연합 훈련에는 미국 해군,해병대,해안경비대,공군 등 미군 1200 여명과 한국군 882명이 참가했다.

2013년 '한미 연합 합동 해안 양륙 군수지원 훈련'의 모습. 당시 연합 훈련에는 미국 해군,해병대,해안경비대,공군 등 미군 1200 여명과 한국군 882명이 참가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실익없는 아마추어 외교의 극치”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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