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8개월 가택연금 생활”…20여 분 셀프 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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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의 심리로 16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재판에서 우 전 수석은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는 재판 시작 16분 전에 도착해 방청객과 취재진 석을 둘러보며 피고인 석에 앉았다. 메모할 볼펜 등을 준비하고 법정 직원에게 “여기 물은 없어요?”라고 말하며 생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벙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벙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재판부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 잠시 일어난 우 전 수석은 “국민 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없습니다”고 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직업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현재 무직입니다”고 답했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의 혐의를 낭독하자 우 전 수석은 직접 반박에 나섰다. 준비해 온 종이를 보며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대학 졸업하고 23년간 검사로 근무하고 이후 1년 간의 변호사 생활을 거쳐 2년 6개월간 민정수석으로 근무했습니다. 학교 졸업 후 대부분을 공직자로 살았습니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것도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을 보좌하는 게 공직자 최고 영예라고 생각했습니다.”

재판 출석 전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 중인 우병우 전 수석. 그는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재판 출석 전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 중인 우병우 전 수석. 그는 국민들에게한 말씀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김성룡 기자

자신의 일생을 요약해 설명한 그는 공직자로서 사심없이 직무를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했다”며 “대통령이 언제 전화로 지시를 줄지 몰라서 사무실 책상, 집 안방, 서재와 심지어 화장실에도 메모지를 배치해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이어 일련의 사태가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넥슨이 우 전 수석의 처가가 소유한 부동산을 샀고, 그 사이에 진경준 전 검사장이 있었으며, 우 전 수석이 처가의 땅을 팔아준 대가로 두 사람의 뇌물 사건을 눈 감아줬다는 내용의 보도를 언급했다. 그는 “진 전 검사장에게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고 넥슨 김정주 회장은 오늘 이 시간까지 만난 적도 전화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겪은 고통도 호소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저와 제 가족, 심지어 9년 전 돌아가신 장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나왔습니다. 해명할 엄두도 안나는 상황에서 특별감찰관은 제 아들의 의경 보직 변경 의혹과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감찰했습니다. 최근 금융기관이 통보한 내용을 보면 고등학생인 막내의 계좌까지 추적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는 “8개월 가까이 가택연금 생활을 하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넥슨 땅 관련 내용과 아들의 의경 특혜 의혹 등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거치면서 국정 농단 사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말했다.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석 비서관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는 대통령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비서실의 어떤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지는 대통령 권한 범위 내인지를 따지면 된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이 20여 분 간 의견을 읽어 내려가자 재판부가 “많이 남았냐”며 제지했다. 4~5페이지 분량이라는 우 전 수석의 말에 재판부는 “상세하게 말할 것도 아니고 의견서로 말한 거니 준비한 대로 다 읽을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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