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화살 겨누는 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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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 신고’에 대한 16일 해명 회견은 야당의 사퇴 공세에 오히려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안 후보자가 자신의 과거 허물에도 불구하고 장관직을 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결혼 의사가 없는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한 것은 파렴치한 중대 범죄”라며 “사과하고 반성한들 22살 여성의 인생에 씻을 수 없는 낙인을 찍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대변인도 “안 후보자는 껍데기뿐인 사과 몇 마디로 사퇴를 거부하며 ‘청문회에서 보자’고 버텼다. 그 오만함이 참으로 놀라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위장결혼’은 범죄행위다. 기준에 미달되면 빨리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야3당의 화살은 청와대 인사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을 향해서도 날아가고 있다. 안 후보자와 조 수석은 서울대 법대에서 교수와 조교, 동료 교수 관계로 지냈고 참여연대에서 함께 활동했던 각별한 사이다. 현재 청와대 내부에서도 조 수석이 안 후보자를 가장 앞장 서서 옹호하고 있다고 한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수석은 뭐하는 사람이냐.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코드 인사에 대해 자체 검증조차 안 한다면 대통령을 불행의 길로 인도하는 비서관일 뿐”이라며 “민정수석의 책임 통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안 후보자의 제적등본엔 ‘1976년 서울가정법원의 김OO와의 혼인무효심판 확정. 심판 청구자는 김OO”라며 혼인무효소송 청구 사실이 기재돼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지난 11일 안 후보자를 추천하면서 “내부적으로 높은 기준을 마련해 면밀히 봤다”고 말해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을 자초한 형국이 됐다. 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면서 제적등본의 혼인무효소송 내용조차 검토를 안 해봤다면 인사 검증 부실이고, 알면서도 넘어간 것이라면 ‘봐주기 인사’”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도 “조국 수석은 조국(祖國)을 위해 직무유기에 대한 반성문을 써야 마땅하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침묵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도 조 수석을 겨냥해 “과거 자신이 여당에 들이댔던 기준을 지금 후보자들에게 들이댔다면 지금과 같은 청문회 분위기는 없었을 것”이라며 “민정수석이 책임을 지고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5대 원칙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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