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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장님, 저 먼저 퇴근합니다"…금요일 낮 12시 칼퇴근 실험 첫날 영천시 풍경

중앙일보

입력

집단유연근무제 도입 첫날인 16일 정오쯤 경북 영천시청 한 사무실에서 일부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사진 영천시]

집단유연근무제 도입 첫날인 16일 정오쯤 경북 영천시청 한 사무실에서 일부 직원들이 퇴근하고 있다. [사진 영천시]

16일 경북 영천시청. 낮 12시가 되자 사무실 이곳저곳에서 짐 싸는 소리가 들렸다. "과장님, 저 퇴근하겠습니다" "먼저 갑니다. 수고들 해요"라며 인사하는 직원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평소엔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야 퇴근하던 직원들이 점심도 먹기 전에 퇴근을 했다.

집단유연근무제 도입 첫날 '화기애애' #"가족과 놀이공원 갈 것" 들뜬 분위기

이날은 영천시가 전국 226개 기초지차체 중 처음으로 '집단유연근무제'를 실시한 첫날이다. 영천시는 지난 12일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낮 12시에 퇴근할 수 있는 집단유연근무제를 공식화하고 968명 시청 직원들에게 발표했다. 부서별로 3~4개 조를 짜 부서별로 1~2명이 돌아가며 일찍 퇴근하는 방식이다.

제도 실시 첫날 '꿀맛' 같은 조기 퇴근을 하게 된 영천시 기획감사실 조은섭(40) 주무관은 "오늘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했다. 주말에 놀이공원을 가면 사람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힘들어 했는데 이번엔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마음껏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보관광과에 근무하는 조봉제(53) 주무관은 "주말에는 보기 힘든 은행 업무도 볼 수 있고 가족들과 함께 금~일요일 2박 3일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한 달에 한 번 이런 기회가 찾아오니 직장에서도 신바람 나게 근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제도 실험 첫날이었지만 지나치게 눈치를 보거나 하는 직원은 없었다고 한다.

영천시는 집단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취미활동도 할 수 있어서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 안정적인 일자리인 공무원의 탄력근무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바뀌어 가는 보편적인 우리 사회의 새 노동 형태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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