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과 낫 들고 정신병원 입원 거부하던 40대 경찰 쏜 테이저건 맞고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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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남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가 테이저건을 보여주고 있다. 위성욱 기자

16일 경남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가 테이저건을 보여주고 있다. 위성욱 기자

경남 함양에서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며 흉기를 휘두르던 40대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아 숨졌다. 2005년 테이저건이 경찰에 배치된 후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테이저건 맞고 숨진 첫 사례로 파악 #정확한 사망 원인과 과잉 진압 있었는지 확인 중

16일 경남 함양경찰서에 따르면 하루 전 오후 7시30분쯤 함양군 지곡면의 한 주택에서 A씨(44)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맞은 뒤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으나 숨졌다. 앞서 경찰은 오후 6시 19분쯤 A씨 어머니로부터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는데 삽과 낫을 들고 위협하니 도와달라”는 신고를 받았다. 당시 A씨 주택에는 부모를 비롯해 진주 소재 한 정신병원 관계자 등 모두 3명이 있었다.

10여분쯤 뒤 도착한 경찰관 2명은 A씨를 상대로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A씨는 경찰을 보자 삽과 낫으로 위협하는 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키 175㎝, 몸무게 102㎏으로 몸집이 큰 편이었다. 경찰은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함양경찰서 소속 형사계 등 3명을 더 현장에 불렀다.

결국 경찰 출동 1시간 정도가 흐른 뒤인 오후 7시29분쯤 현장에 있던 5명의 경찰관 중 함양경찰서 형사계 소속 한 명이 테이저건 발사를 경고한 뒤 A씨의 등 부위를 겨냥해 발사했으나 빗나갔다. 뒤이어 A씨가 낫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번에는 A씨와 3m 정도 떨어져 있던 파출소 소속 또 다른 경찰관이 A씨의 배와 오른팔 쪽으로 테이저건을 발사해 맞췄다.
테이저건은 쏘면 두 개의 침이 날아가 순간적으로 5만V의 전류가 흘러 상대를 제압한다. 이후 경찰은 A씨에게 수갑을 채워 마당에 앉혔으나 A씨가 옆으로 쓰러지는 등 이상 징후를 보였다. 경찰은 급히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A씨가 끝내 숨졌다고 한다. 사인에 대한 검안 결과는 원인 불명 심정지로 나타났다. 반면 A씨 유가족들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테이저건 모습. 위성욱 기자

테이저건 모습. 위성욱 기자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수차례 여러 병원에서 조현병(정신불열증)으로 입원 치료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 어머니는 최근 아들의 상태가 나빠지자 이날 아들을 다시 입원시키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에서 테이저건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사망 사고는 한 것도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테이저건 도입 첫해인 2005년 4번, 2011년 116번, 2012년 199번, 2013년 246번, 2014년 328번, 2015년 432번, 2016년 431번 사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판단된다. 다만 테이저건 사용까지 (경찰의) 현장 대응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청문감사담당관실 등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테이저건은 최대사거리가 6.5m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 항거 억제 등의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테이저건 사용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테이저건을 쏠 때 안면부·심장과 신체 주요부분 등에 조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함양=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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