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대회 앞두고 반부패 운동 태자당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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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反)부패 운동이 그동안 성역시 되던 훙얼다이(紅二代·혁명 2세대, 태자당)의 돈줄을 정조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 중국 당국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안방(安邦)보험과 금융 거래를 중단시켰다고 보도했다.
안방 그룹은 전날 우샤오후이(吳小暉·51) 회장의 2선 퇴진을 발표한 데 이어 은행 거래 중단이 현실화되면 충격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미 14일 하루 동안 상하이 A주(내국인 전용)에 상장된 안방 그룹 관련 부동산·금융 주식이 폭락하면서 하루 새 600억 위안(9조9400억원)이 증발했다.

블룸버그 “中 당국, 시중 은행에 안방보험 거래 중단 지시” #SCMP “우샤오후이 회장 조사 배후 태자당이 목표” #권력투쟁과 얽힌 반부패 투쟁 태자당 금융비리 밝힐지 주목

우샤오후이 회장 체포는 올가을 열릴 제19차 공산당 당 대회에까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안방보험 조사가 이 회사와 관련된 정치 세력을 겨냥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후싱더우(胡星斗) 베이징이공대 교수는 SCMP에 “우 회장 조사가 단지 진상을 밝히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태자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장(浙江)성 농촌 출신의 우 회장은 성 간부의 딸과 두 차례 결혼, 1990년대 자동차 리스 회사를 세우며 기업 경영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중국 2세대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인 덩줘란(鄧卓苒·45)과 세 번째로 결혼한 뒤 태자당의 자금을 배경으로 안방보험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천이(陳毅) 전 부총리의 아들 천샤오루(陳小魯)가 안방보험 창업에 관여했다. 우 회장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안방그룹 관련 중국 권력투쟁 상관도

안방그룹 관련 중국 권력투쟁 상관도

안방의 급성장에 대한 견제도 계속됐다.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안방의 자금 조달 관련 의혹과 우 회장과 훙얼다이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폭로해왔다. 우 회장은 차이신 기자를 오보로 제소하며 맞섰다. 차이신과 이번 우 회장 조사는 부패 척결을 총지휘하는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주도하고 있다고 서구 매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우샤오후이 회장은 올들어 왕치산 서기와 관련된 부패를 폭로하고 있는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와도 연계돼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왕 서기는 지난 4월 샹쥔보(項俊波)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을 기율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샹 주석은 미국에 도피 중인 궈원구이와 공모 관계이며, 우샤오후이 회장과 안방 그룹의 불법 행위를 지원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샤오후이-궈원구이-샹쥔보의 공모 네트워크에 시진핑-왕치산이 철퇴를 휘두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오는 10월 경 열릴 예정인 제19차 당대회에서는 최고 지도부가 대폭 물갈이 될 예정이다. 5년 전 18차 당대회를 앞두고는 시진핑 주석의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 당서기가 부패와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영국인 살인사건에 연루돼 낙마했다. 권력 투쟁과 얽힌 반부패 운동이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금권(金權)을 쥐고 있는 훙얼다이의 부패 진상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관측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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