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모드 강경화, 한·미 정상회담·G20 물밑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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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사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태풍의 눈’ 속에 있다. 그의 임명 문제로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작 강 후보자 주변은 고요하다. 강 후보자는 이날도 오전 9시30분쯤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는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매일 이 사무실에 같은 시간 출근하고 오후 6시30분쯤 퇴근하고 있다.

매일 사무실 출근, 외부 접촉 안 해 #임명되면 틸러슨과 회담 추진

강 후보자는 연일 ‘침묵모드’다. 그는 청문회 직후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이후엔 일절 언론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그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이 있는 건물 로비에서 기다렸지만, 강 후보자는 지하를 통해 움직여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조용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외부 인사도 만나지 않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조율차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방한 중이지만 접촉하지 않았다. 국회 인사청문회 전인 지난 2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전격 방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후보자 신분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외부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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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내부적으로는 장관 업무를 챙기는 데 열중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후보자는 출근하면 직원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업무 파악에 몰두하고 있다” 고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강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기정사실화해 왔다. 외교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7일로 지정한 만큼 이르면 18일 임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8일이 일요일이긴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29~30일 워싱턴)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하면 강 후보자는 곧바로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만나 첫 한·미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변수는 틸러슨 장관의 일정이라고 한다. 강 후보자는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챙기고 있다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번 회의는 문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데뷔 무대다. 다자회의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과의 회담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에서 오래 근무한 강 후보자에게 다자외교야말로 강점이 있는 분야”라며 “정국이 시끄러운 상황이긴 하지만 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다자무대 데뷔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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