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자사고·외고 폐지, 도미노 될까 … 내년 6월 시·도교육감 선거가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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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2020년까지 도내 외고·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하면서 외고·자사고 정책의 향방에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 6월 14일자 12면>

이재정 교육감 선언 후폭풍 Q&A #학교 상당수 3년 내 재지정 심사 예정 #진보교육감 당선 땐 폐지 확산될 듯 #서울시교육청은 지정 취소 대신 #완전 추첨제로 선발권 제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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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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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도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공약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어서 ‘폐지 바람’이 타 시·도로 확산될 수도 있다. 문답을 통해 외고·자사고 정책의 향배와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경기도 외에 외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이 있는 곳은.
“서울시교육청도 외고·자사고의 폐지 또는 학생선발권 제한 등의 조치를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오는 28일 세화고·경문고·장훈고·서울외고 등 4곳의 재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향후 외고·자사고 정책 방향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부 논의 중인 단계다. 재지정 심사를 통해 지정 취소하려는 경기교육청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바람이 또 다른 시·도 교육청으로도 확산될까.
“현재로선 그렇다. 특히 ‘고교 서열화’를 비판해 온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부산·인천·광주·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남·제주)에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외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관할 교육청의 평가를 거쳐 재지정되며, 교육감이 지정 취소를 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는 장관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지만 현 정부는 외고·자사고에 대한 입장이 진보 교육감들과 별 차이가 없어 동의를 얻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외고, 일반고와 전형시기 통일 가능성도

구체적인 폐지 시기는 어떻게 되나.
“새 정부의 로드맵이 완성되지 않아 아직 확실치 않다. 외고·국제고·자사고는 전국에 총 84곳이 있는데 상당수가 2019년과 2020년에 재지정 심사를 맞게 된다. 원래 재지정 심사는 평가를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를 탈락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기도의 경우 교육감이 애초에 일괄 탈락시키겠다고 작심하고 형식적으로 평가해 탈락시킨다면 비판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정 취소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
“서울시교육청은 지정 취소 대신 외고·자사고의 선발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자사고는 지원자 전원을 추첨해 1차 합격자를 정한 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토대로 선발한다. 이를 완전 추첨제로 바꾸는 것이다. 원하는 학생은 성적에 구애 받지 않고 진학하게 하는 동시에 외고·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대통령 공약엔 ‘외고·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을 동시에 뽑겠다’는 내용도 있던데.
“현재 외고·자사고가 일반고 전형에 앞서 학생을 뽑기 때문에 외고·자사고를 지망하는 학생은 이들 학교에 응시하고, 합격하지 못할 경우 일반고에 지원하곤 했다. 그런데 전형 시기를 통일하면 일부 자사고나 외고의 경우는 지원자가 급감해 미달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지정취소를 원하는 학교가 나올 수 있다.”
외고·자사고 폐지가 순조롭게 진행될까.
“무엇보다 해당 학교·학생·학부모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시·도 교육감 선거다. 상당수 외고·자사고의 재지정 심사는 내년 이후에 예정돼 있다. 따라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 또는 연임하는 곳은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물론 외고·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교육감이 당선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외고·자사고가 폐지된다고 일반고 상황이 나아질까.
“의견이 엇갈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소장은 ‘자사고· 특목고 출신은 전체 수능 수험생의 5%를 차지한다. 일반고 학생들 사이에서 패배감이 사라지고, 일반고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일반고 침체엔 다양한 교과과정의 부재, 학생의 선택권 제한, 기초학력 부진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우수 학생 유입이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박형수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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