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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2주 상승률, 코스피의 두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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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직장인 이모씨(43)는 지난해 2월 7만원대 코스닥에 상장된 A사 주식을 300만원어치 샀다. 신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매력적으로 보여서다. 희망은 곧 실망이 됐다.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더니 불과 서너 달 사이 주가는 30% 하락했다. 팔 시점을 놓친 이씨는 1년 넘게 발만 동동 구르며 주가가 2만원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치는 걸 봐야 했다. 그런데 최근 며칠 새 이 종목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증시가 좋아졌다 해도 코스피 대형주만 올라서 중도에 팔까 생각했다”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버려 뒀는데 최근 주가가 올라 다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670선 재탈환 … 장중엔 연중 최고 #내수경기 바닥론에 매수세 몰려 #신용거래 물량 동시에 쏟아질수도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14일 코스닥은 하루 전보다 2.36포인트(0.35%) 상승한 671.59로 마감했다. 12일 내줬던 670선을 이틀 만에 되찾았다. 장중 한때 674.36으로 올라서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의 뒷심은 ‘형님’ 코스피보다 셌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06포인트(0.09%) 하락한 2372.64로 장을 마쳤다. 오전 장중에 역대 최고치인 2387.29까지 치솟았지만 기관 투자자의 ‘팔자’ 행렬에 다시 뒷걸음질 쳤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개최를 하루 앞두고 경계 심리가 불거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343억원, 529억원 주식을 사들였지만(순매수) 기관이 1328억원을 팔아치우며(순매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올 초부터 코스닥은 5.9%, 코스피는 17.2%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형주를 쓸어담았던 탓에 주가 상승은 코스피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달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코스피는 1.2% 오른 데 반해 코스닥은 2.6% 상승했다. 코스닥 상승률이 코스피를 역전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실적 전망 기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전후해 코스피가 일시적인 소강 상태를 맞으면서 대안으로 중소형주 코스닥 종목이 조명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그동안 코스피에 비해 상승 속도가 더뎠던 코스닥 종목에 투자자가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단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343억원)와 비슷한 규모인 340억원어치 코스닥 주식을 순매수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내수주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내수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도 반등의 이유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불붙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전문가 시각은 신중론쪽이다. 기업 실적이나 대내·외 여건을 따져보면 중소형주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아직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해정 이베스트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는 대형주 상승에 보조를 맞추고 과도하게 벌어진 대형주와 중소형주 사이 수익률 격차가 좁아지고 있는 수준”이라며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2015년과 같은 ‘코스닥 랠리’가 시작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말했다.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자료 : 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한국은행

또 양 팀장은 “코스닥은 신용잔고(빚을 내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리 상승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며 “코스닥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1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증권사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산 액수)은 8조118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전 최고 기록은 2년 전인 2015년 7월 27일 세운 8조734억원이다. 빚을 내서 한 투자는 코스피(3조8304억원)보다 코스닥(4조2879억원)에 집중됐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코스닥이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키는 코스피가 쥐고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주당 순이익 대비 주가 배율)을 기준으로 코스피는 10배지만 코스닥은 30배가 넘어가기 때문에 여기서 지수가 더 올라가면 가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위험이 불거지면 언제든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현숙·여성국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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