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인사전문가 "통합은 성공, 탕평은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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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통합에는 성공했지만 탕평이 아쉽다’
 역대 정부의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및 인사정책 담당자들이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해 내린 평가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전 명지전문대 총장은 14일 통화에서 “영남 출신의 대통령이 호남 사람을 많이 중용했으니 지역통합의 견지에서 잘한 인사”라고 말했다. “보수적·안정적 성향을 띄는 고시 출신을 줄이고 외부 인사들을 영입한 것도 개혁에는 유리한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함께 교수로 일했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보통 교수들과 달리 자유롭고 인문학적 소양이 있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다”며 “(문 대통령이) 교수 중에서도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능력의 인물을 뽑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안 후보자를 “문 대통령의 숨은 멘토”라고도 소개했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인사수석이었던 정찬용 전 수석은 “시원시원하게 잘 하고 있다. 탕평인사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총리(이낙연)는 호남 사람, 비서실장(임종석)은 박원순 사람, 정책실장(장하성)은 안철수 사람으로 다 끌어안지 않았느냐”고도 반문했다. 정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의 경우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인사 분업이 잘 이뤄졌다”면서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검증’을 담당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도 탕평인사를 잘 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탕평은 아니다”라는 평가도 많았다. 이명박 정부의 김명식 전 청와대 인사기획관은 “성별·학교·연령·출신을 고루 안배해 통합의 인사를 했지만, 선거 때 반대편 인사도 쓰는 게 탕평의 본래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사수석을 폐지하고 대신 인사기획관이 업무를 담당하게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기획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을 거쳐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세명대 교수도 “대탕평으로 협치를 하려면 주요 자리에 다른 진영 사람들이 들어가야 하는데, 대부분 민주당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출신”이라고 평가했다. 이른바 ‘코드인사’란 평가였다. 이 교수는 “문 대통령이 장관에는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을 앉히고, 차관은 실무 부서에서 승진시킨 경우가 많은데, ‘너희는 일을 해라,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것”이라며 “각종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명식 전 기획관도 “정권 초 개혁과 관련한 추진력을 갖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개혁의 속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광웅 전 위원장은 “취임 1년 동안 고칠 건 다 고쳐야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한꺼번에 개혁세력을 인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업무에 대해 잘 모르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서 실제 팀플레이를 잘 하고 개혁을 이뤄갈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소아·김포그니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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