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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회식 잦고 국수 많이 먹는 30~40대 '나트륨 경고등' 켜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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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비롯해서 메밀국수, 칼국수 등 각종 국수류 섭취가 많은 30~4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편이다. [중앙포토]

냉면을 비롯해서 메밀국수, 칼국수 등 각종 국수류 섭취가 많은 30~40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나트륨 섭취량이 많은 편이다. [중앙포토]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회사원 황현선(31·여)씨는 자취 생활을 한다. 집에서 직접 밥을 해 먹기보단 간단히 나가서 사 먹는 걸 좋아한다. 외식 메뉴는 주로 일본식 라면이고 냉면이나 쌀국수도 종종 고른다. 일부러 국물을 먹으려고 면 음식을 택할 때도 잦다. 부서 회식도 주 1회 이상 하는 편이다.

이해정 교수팀, 지역-연령별 나트륨 섭취량 분석 내놔 #직장인 많은 30~40대, 10년 간 나트륨 섭취 1-2위 다퉈 #칼국수·냉면 등 많이 먹어..."면과 국물에 모두 나트륨 함유" #어린 연령대는 '인스턴트' 중심, 고령자 '김치' 많이 먹어 #'혼밥족' 많은 대도시와 수도권 남성도 짠 음식에 취약 #각종 질병과 비만 위험 높아져..."식습관 개선 노력 필요"

 황씨는 "면 국물에 나트륨이 많은 건 알지만 그래도 좋아하니까 먹는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면 짠 음식이 먹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 먹을 때도 잦다"고 말했다.

 황씨처럼 외식·회식이 잦은 30~40대에 '나트륨 경고등'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히 다른 연령대에 비해 면을 즐겨 먹는 식습관이 두드러졌다. 이해정 가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14일 열린 건강보험공단 세미나에서 2005~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나트륨 섭취 자료를 지역·연령별로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자료 이해정 가천대 교수]

[자료 이해정 가천대 교수]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는 이미 과다한 수준이다. 하루 섭취량(2014년 기준)은 3890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량인 2000mg의 두 배에 가깝다. 그나마 5230mg이었던 2005년과 비교해 10년 새 25.6%가 줄어들었는데도 말이다.

 짜게 먹는 식습관의 '주범'은 뭘까. 보고서에 따르면 나트륨 섭취에 기여한 식품은 소금이 독보적인 1위이고 배추김치가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컵라면과 햄 같은 간편식에 따른 나트륨 섭취가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10년 새 급증했다. 이는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진다.

직장인이 많은 30~40대는 평소 회식이나 외식 자리가 잦아 짠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중앙포토]

직장인이 많은 30~40대는 평소 회식이나 외식 자리가 잦아 짠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중앙포토]

  특히 30~40대가 짠 음식에 가장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와 40대는 지난 10년간 연령별 나트륨 섭취량에서 1~2위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다. 2005년엔 30대(6080mg)-40대(5941.7mg) 순이었지만 2015년에는 40대(4528.8mg)-30대(4507.3mg)로 바뀌었다.

 이는 평소에 자주 먹는 식단 때문이다. 이해정 교수는 "직장인이 대부분인 30~40대는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보다는 밖에서 사먹거나 회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국물이 있는 음식이나 메밀국수·칼국수·냉면 등 국수 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자료 이해정 가천대 교수]

[자료 이해정 가천대 교수]

 실제로 40대가 나트륨을 섭취하는 음식(2015년)을 보면 국수(7위), 칼국수(14위), 메밀국수·냉면(16위)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30대도 비슷했다. 반면 19~29세(국수 10위)와 50대(국수 7위)는 국수 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었다. 이 교수는 "국수 면을 반죽할 때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이 들어가는데다 국물에도 나트륨이 포함돼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수를 많이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자연스레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른 연령대는 어떨까. 10~20대는 상대적으로 라면과 햄, 소시지, 햄버거 등의 '인스턴트 식품' 섭취가 많았다. 특히 이러한 식품을 먹는 비율은 해가 지날수록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50세를 넘어가는 고령자의 식단에선 집에서 식사할 때 빠지지 않는 김치가 두드러졌다. 실제로 70대 이상에서 나트륨을 섭취하는 음식을 살펴보면 배추김치(3위), 나박김치(8위), 동치미(9위), 열무물김치(10위), 깍두기(13위), 열무김치(14위), 총각김치(16위) 등의 김치류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남성. 이러한 간편식을 자주 먹는 '혼밥족'이 많은 대도시 남성은 상대적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남성. 이러한 간편식을 자주 먹는 '혼밥족'이 많은 대도시 남성은 상대적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지역별로도 나트륨 섭취 양상은 갈렸다. 2015년 전국에서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광주(4834mg), 가장 적은 곳은 전북(3361.4mg)이었다. 특히 경기·부산 등 젊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대도시, 그리고 강원도 지역 남성들은 다른 곳보다 짜게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에 직접 넣는 소금의 섭취량은 제주가 하루 2.9g으로 가장 많았다.

 대개 서울 등 대도시는 컵라면 섭취가 많았고, 제주는 젓갈과 각종 소스류를 먹는 일이 두드러졌다. 이 교수는 "대도시에선 최근 '혼밥족'이 늘면서 편의점 등에서 간편식품 등을 먹는 데 따른 나트륨 섭취가 많다. 반면 강원이나 제주는 예전부터 짜게 먹던 식습관이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짜게 먹는 식습관 바꿔야...

  이처럼 나트륨이 많은 식사를 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혈압·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것은 물론이고 비만 확률도 높아진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평소 짜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심코 먹는 음식들이 건강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나트륨에 민감한 사람은 짠 음식을 먹으면 혈압이 갑자기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WHO 권고량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만큼 짠 음식에 익숙하다는 의미다. [중앙포토]

한국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WHO 권고량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그만큼 짠 음식에 익숙하다는 의미다. [중앙포토]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1인당 나트륨 섭취량을 하루 3500mg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선 적극적인 식습관 개선과 정보 제공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 교수는 "생애주기별로 접근해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가공식품 섭취를 조절하고 성인과 노인은 김치·장류 등 전통적인 발효식품과 국수, 라면을 통한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 저염 식품 보급과 연령대에 맞춘 영양 교육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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