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미국 대학생, 혼수상태로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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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되는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지난해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되는 오토 웜비어. [AP=연합뉴스]

북한이 17개월째 억류해왔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의식 불명 상태에서 석방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웜비어의 부모와의 연락을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웜비어의 부모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들은 웜비어가 지난 3월 재판을 받은 이후 식중독에 걸렸으며,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알렸다. WP는 혼수 상태를 빚은 원인에 대한 북한의 설명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웜비어가 의식불명 상태에서 미국에 돌아옴에 따라 북ㆍ미 관계에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 상태에서 귀환한 게 돼 미국내 대북 강경론을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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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가 의식 불명 상태로 석방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정치권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북한의 혐오스러운 행동은 국제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며  “웜비어는 처음부터 석방됐어야 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은 “젊은이가 코마 상태에서 북한 감옥에 감금돼 있었다는 것은 끔찍하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웜비어의 석방 소식을 공개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석방 소식을 보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에게 “웜비어를 돌보라”라고 지시했다고 당국자가 알렸다. 틸러슨 장관은 억류중인 나머지 미국인 3명에 대해서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웜비어의 석방은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56)의 13일 방북에 이어 진행됐다. 농구광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친구'라고 부르는 로드먼의 방북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첫 방북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드먼은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이 방북 목적을 묻자 "문을 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우리가 모두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만족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4명을 언급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 (방북) 목적은 아니다"라면서도 "내 임무에 대해선 미국으로 돌아가서 말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13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전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가운데). [평양 AP=연합뉴스]

13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한 전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가운데). [평양 AP=연합뉴스]

13일 평양에 도착한 데니스 로드먼. [사진 트위터]

13일 평양에 도착한 데니스 로드먼. [사진 트위터]

로드먼은 2013년 방북 당시 동행했던 유전학자 조지프 터윌리거와 함께 북으로 향했다. 로드먼은 팟코인닷컴(potcoin.com)이 새겨진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팟코인은 온라인상에서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암호화된 전자화폐다. 로드맨의 홍보담당자에 따르면 팟코인이 이번 방북을 후원해줬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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