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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표절 의혹에 편향성 논란…'김상곤 교육' 철저 검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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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에서 대한민국 교육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보수 정권이 9년간 추진해 온 자율·다양성의 패러다임은 보편적 평등화 교육으로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새 정부의 교육 키워드는 '모든 아이는 우리의 아이이며,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이다. 문 대통령은 실천 방안으로 무상보육과 고교 무상교육, 수능·내신 절대평가, 자사고·특목고 폐지, 국공립대 공동운영 등 현장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을 공약을 내놓았다. 보수 정권의 정책 실패로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로 치솟고 교육 경쟁력만 떨어졌다는 데 대한 반작용이다.

석·박사 논문 논란으로 도덕성 타격 #청문회 앞서 ‘명확히 진실’ 규명하고 #교육 중립 신뢰 못 얻으면 자격 미달

그런 교육 설계는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주도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하지만 청문회도 하기 전에 논문 표절 의혹과 평등화 교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장관 후보자의 표절 논란은 예삿일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1982년)와 박사(92년) 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민간단체인 ‘연구진실성검증센터’에 따르면 박사 논문은 국내외 문헌을 상당 부분 베꼈다고 한다. 이 단체의 조사 의뢰를 받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도 지난해 10월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김 후보자가 한국·일본의 9개 문헌 44군데를 정확한 인용표시 없이 썼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당시 표절 판단은 유보한 채 ‘연구부적절 행위’로 판정했다. 130군데를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된 석사 논문은 조사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도 그런 논란은 알고 있었다. 김 후보를 지명하면서 “높은 내부 기준으로 면밀히 들여다봤다”며 별문제가 아니라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논문 표절은 문 대통령의 5대 인사 배제 원칙 중 하나로 교육 수장에게는 그 의혹만으로도 치명타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닌가. 김 후보는 어제도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25~35년 전 관행이라고 변명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건 오산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취임 18일 만에,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김명수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치고도 표절 문제로 낙마했다. 본지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보니 요즘 관점에서는 ‘표절’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까지 질질 끌지 말고 명확하게 진실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도 눈치 보지 말고 시급히 재조사해야 한다.

김 후보자의 교육 편향성 문제도 검증해야 한다. 그는 교육감 시절 무상급식과 전교조 옹호 등으로 중앙정부와 충돌하며 좌편향 교육을 주도했다. 모든 아이들을 책임질 교육부 장관이 되려면 헌법(31조)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지키는 게 당연한 책무다.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부르고 있는 수능 개편과 자사고·특목고 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 정리도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 물갈이는 중요하지만 평등·평준화에 매몰돼 수월·다양성 교육을 매장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후보자가 표절 의혹과 함께 이런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교육부 장관이 될 자격엔 미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