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는 구석 ‘세수’1~4월 전년보다 8.4조 더 걷혀…추경 실탄 두둑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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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잘 걷히는 세금 덕에 정부는 빚을 늘리지 않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올 1~4월 세금, 전년보다 8조4000억원 더 걷혀, 세수진도율 43.5% #세수 호조 '빚 없는 추경' 원동력..추경 편성해도 국가채무 비율 40% 아래로 #국회예산정책처, "세수 증가세 구조적 요인 아냐"

기획재정부가 13일 내놓은 ‘재정 동향 6월호’에 따르면 1~4월 누적 국세 수입은 10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 더 걷혔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목표 대비 실적을 뜻하는 세수진도율은 43.5%다. 전년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24조7000억원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이런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자료 기획재정부

자료 기획재정부

주요 세목이 모두 전년보다 실적이 좋았다. 올 1~4월 법인세수는 49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영업이익이 68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법인세는 매년 3월에 신고ㆍ마감되고 3~5월 사이에 낸다.

같은 기간 소득세는 33조7000억원 걷혔다. 전년 동기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상장사 현금배당이 늘면서 소득세도 증가했다. 부가가치세는 전년보다 1조7000억원 많은 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부가가치세 환급액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수입도 역시 늘어 이에 따른 부가세 수입 규모가 커졌다. 김영노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법인세수 증가가 전체 세수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추경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추경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세수 호조는 정부가 ‘빚 없는 추경’을 짤 수 있는 밑바탕이다. 정부는 올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인 8조8000억원을 반영했다. 이 덕에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국가채무 비율이 늘지 않는다. 2015년의 경우 정부는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며 재원의 대부분인 9조6000억원을 신규 국채 발행으로 조달했다. 이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본예산 기준 35.7%에서 추경 편성 후 2.2%포인트 상승한 37.9%로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초과 세수 9조8000억원을 활용해 편성한 데 이어 올해에도 초과 세수로 추경 재원 대부분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을 본예산 기준 40.4%로 예상했지만 이 비율이 39.7%로 낮아질 거로 예상하고 있다. 강길성 기재부 재정건전성관리과장은 “지난해 늘어난 국세수입으로 국채를 일부 상환한 것을 반영해 계산하니 국가채무 비율이 낮아질 걸로 예상됐다”며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서 추경을 편성해 추경이 국가채무 비율에 영향을 주지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세수 호조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추계1과장은 13일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부동산 시장과 재정운용 간의 관계’ 논문을 통해 최근 세금이 잘 걷히는 이유에 대해“2014년 하반기 이후 자산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양도소득세, 증권거래세 등 관련 세수가 증가했다”며 “개인과 기업의 자본이득도 늘어 소득세 및 법인세 등도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물경제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미약하고 향후 금리인상 등으로 자산시장 호조세가 약화될 경우 세수여건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심 과장은 “일시적인 세수증가를 구조적인 세수요건 호조로 오인하고 재정운용을 할 경우 구조적인 재정수지 악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향후 세수 전망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김영노 과장은 “올해 상반기 세수 흐름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경제 상황에 여러 불확실성이 있어 하반기에도 세수 호조가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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