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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마녀 사냥…" 미2사단 콘서트와 인순이씨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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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주최로 열렸으나 초대 가수들이 대거 불참해 파행으로 끝난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슈퍼콘서트’의 파문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이 행사를 총괄한 공연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콘서트의 콘셉트는 한·미 동맹의 화합과 치유였다. 6·25 전사자뿐 아니라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양 사건의 아픔을 치유하자는 차원에서 공연 첫머리에 두 여학생에 대한 추념의 시간도 마련했다. 그러나 초대가수인 여성 걸그룹 EXID 측은 행사 두 시간 전에 팬 카페에 “소속 아티스트의 신변, 정신적 피해 등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출연을 취소한다”는 글을 올리고 불참했다. 며칠 전부터 일부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부터 ‘콘서트에 참석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성 압력을 계속 받은 결과라고 한다. 가수 인순이씨와 크라잉넛은 행사장에 나와 10분 전까지도 무대에 서려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전화나 문자를 받고 오더니 포기했다. 인순이씨는 “마녀사냥은 싫다. 돌아가신 미군들과 효순·미선양 추모한다는 취지가 좋아 여기까지 왔는데 마녀사냥당할 것 같다. 그럼 먹고살지 못한다”며 흐느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12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 발단은 일부 진보언론과 시민단체가 출연 가수들과 소속사에 SNS를 통한 인신공격성 악성 게시글과 개인별 비난 등을 퍼부었기 때문”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민주노총·노동당 관계자 등은 5월 말부터 “효순·미선양 사건 15주기를 사흘 앞두고 가해자인 미군 위로 행사를 연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공연 취소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이처럼 콘서트 파행의 직접 원인은 일부 단체의 SNS 폭력이지만 의정부시의 일방통행식 행정도 문제다. 미 2사단 창설 기념일은 10월 26일인데 굳이 4개월여나 앞서 강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행사 날짜는 내년 평택 기지 이전에 따른 병력 이동과 지휘부 교체 등을 고려한 미 2사단 측의 요청으로 결정했다”는 안 시장의 해명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