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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추경 연설, 진정성 느껴지나 디테일이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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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통의지가 엿보인다. 역대 민선 대통령 중에 가장 이른 시일에 국회를 찾았고, 추가경정예산안 설득을 위해 몸소 시정연설에 나선 것도 처음이다. 물론 이번 추경이 대선 공약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브랜드 추경’이라는 점, 교착 상태인 새 정부 각료 인사청문회의 야당 설득을 겸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절실함도 엿보인다. 실직·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청년, 과로사한 소방관의 사연 등을 소개하면서 “일자리는 국민의 생명이며 삶 그 자체, 인간 존엄을 지킬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이란 지적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에코붐 연령 청년들이 고용절벽에 가로막혀 잃어버린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에는 가슴이 먹먹하다.

문제는 이번 연설이 추경의 당위성을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데 성공했을지 몰라도 이를 냉철하게 개진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번 추경, 나아가 임기 내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에 대한 세간의 걱정에 관해 감성 아닌 이성적 설명이 아쉽다.

“실업대란을 방치하면 국가재난이 온다” “기업을 통한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세금을 통한 공공 일자리 늘리기만으로 지속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점 또한 이해를 구해야 했다. 11조여원 추경에 공무원 채용으로 80억원밖에 잡혀 있지 않지만 우리 후대의 국가재정에 줄곧 부담을 안길 거라는 점도 언급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정연설을 듣고 난 국민 상당수는 누차 해 온 걱정스러운 질문을 또다시 할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주체는 기업인데, 이를 위한 노동 등 4대 개혁, 규제완화의 대통령 의지와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느냐”고 말이다.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는 44번, ‘청년’은 33번 언급됐지만 ‘기업’이라는 단어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 스스로도 일자리 추경을 “응급처방”이라고 표현했듯이 땜질을 뛰어넘는 미래 일자리 근본 대책이 무엇인지 비전을 아울러 제시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