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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쥐ㆍ돼지ㆍ초파리처럼 실험동물로…DGIST, 제브라피쉬 다채널 뇌파 측정 성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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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동물엔 쥐ㆍ돼지ㆍ초파리만 있는게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물고기도 임상실험 등에 쓰이고 있다. 제브라피쉬(zebrafishㆍ사진)가 대표적이다. 이 물고기는 유전적 특성이 인간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또 산란ㆍ부화 주기가 3개월 밖에 되지 않아, 대를 이은 실험에 적합하다. 한 번에 알을 300개씩 낳기 때문에 많은 개체를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장점도 있다. 특히 수조에 약물을 넣어 동시에 많은 수의 제브라피쉬가 약물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관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 속에서 살기 때문에 밖으로 꺼내어 실험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는 12일 김소희(로봇공학전공) 교수 연구팀이 제브라피쉬의 다채널 뇌파(EEG)를 세계 최초로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간 세계적으로 제브라피시의 뇌파를 측정하는 연구들이 진행돼 왔지만, 몸 길이 4~5㎝의 작은 수중동물이어서 주사바늘로 찌르는 침습적 방식으로 단일 채널로만 측정할 수 있었다. 아가미 호흡을 하는 제브라피시의 뇌파를 물 밖에서 측정하려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수분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비침습적 뇌파 측정 때에는 채널 간 합선이 생겨 각 채널에서 독립적 뇌파 측정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물 밖에서 두피 수분을 최소화하면서도 아가미 호흡을 지속시키는 기술을 고안했다. 이를 통해 유연한 회로기판으로 만든 전극으로 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다채널 뇌파 측정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60분 동안 제브라피시를 물 밖에서 살려두고 비침습적 방식으로 다채널 뇌파를 측정한 기술이 핵심”이라며“다채널 뇌파 측정 기술은 이 같은 관찰과 연구가 가능해 뇌전증 같은 뇌 신경계 질환 치료용 신약 개발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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