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메가 히트곡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6집 앨범에 ‘어땠을까’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 박정현과 듀엣으로 부른 곡이다. 후렴구에 남녀가 한마디씩 주고받으며 부르는 대목이 있다. 여자가 ‘어땠을까’를 반복하는 동안 남자는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라고 자문한다. 놓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사랑만 그런 게 아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일이 참 많다. 개인적으로도 문과를 선택했다면, 의대에 갔다면,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싶을 때가 있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지나간 선택은 번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영어 경구처럼 ‘Let bygones be bygones(지나간 일은 잊어라)’ 하면서만 살 수도 없는 일이다.
스포츠 감독들은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축구를 예로 든다면, 어떤 선수를 뽑을지, 뽑은 선수 중 누구를 경기에 내보낼지, 그 경기에서 어떤 전술을 사용할지, 어느 시점에 어떤 선수를 교체할지, 승부차기에선 누구를 몇 번째 차게 할지 등이 있다. 이런 선택들이 모여 승부가 갈린다. 그 결과에 따라 감독은 명장이 될 수도, 역적이 될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역적이 된다면 그는 지난 선택의 순간들을 복기하며 생각할 것이다. ‘그때 그랬더라면…어땠을까.’ 하지만 심판의 종료 휘슬은 이미 시간 속으로 산산이 흩어진 뒤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했던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연파하고 두 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은 3차전인 잉글랜드전에선 벤치멤버들에게 기회를 줬다. 꼭 그래서였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한국은 잉글랜드에 0-1로 졌다. 조 2위가 되는 바람에 16강전에서 포르투갈을 만났고 1-3으로 져 탈락했다. 만약 잉글랜드에 이기거나 비겨 조 1위를 했다면 어땠을까. 16강전에서 코스타리카를 잡고 8강에, 또 8강전에서 멕시코를 잡고 4강에 갔을지 모른다. 신 감독도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국 축구에 14일은 운명의 날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전이 열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FIFA랭킹 120위(한국은 43위)로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인 이라크를 맞아 수비 강화 전술을 선택했다. 결과는 0-0 무승부, 한마디로 폭삭 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비난의 소나기에 흠뻑 젖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후 ‘그때 공격형 전술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지 않았을까. 안 했다면 더 큰 문제다. 부디 카타르전이 끝난 뒤엔 ‘그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그나저나 대한축구협회가 3년 전 슈틸리케 감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