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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첫 단추가 중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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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원배라이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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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부동산 전문가인 나라…정책 발표 후 30분이면 ‘효과가 있다, 없다’ 결론이 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이 신뢰를 받기는 쉽지 않다.”

“부동산은 경제 정책이기도 하지만, 사회 정책, 나아가 그 자체가 정치이기도 하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2011년에 쓴 책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 수립에 참여했다. 그의 말처럼 부동산은 정말 다루기 어려운 문제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현 정부의 초기 대응엔 아쉬움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계부채 동향을 보고받고 8월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모두가 전문가’인 부동산 시장에선 7월 말로 끝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어떻게 될 것이냐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청와대는 8월 대책을 언급하고 말았다. 그나마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7일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치고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자 역시 LTV·DTI 규제에 대해선 “후보자 입장에서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LTV·DTI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정부의 행정 조치는 시행 전에 미리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지난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LTV·DTI 규제 완화를 연장하기로 한 것은 만료 3개월 전인 4월 28일이었다.

이번 달에만 전국에서 3만8000가구가 분양된다. 서울에선 청약 열풍이 다시 시작되면서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들썩거리게 할 수 있다.

김 수석은 자신의 책에서 “건설업으로 경기 부양을 하는 것은 끊기 어려운 마약”이라며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 정책으로 지목했다. 현 정부는 과연 김 수석이 말한 그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LTV·DTI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다 보니 “문재인 정부 역시 부동산 경기를 꺾을 수 있는 대책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신중한 것은 좋지만 실기를 해선 안 된다. 늦어도 이달 중엔 LTV·DTI 문제를 결정하면서 부동산 대책을 함께 내야 한다.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그 다음 일이다.

정부가 직접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과거처럼 특정 계층에게 불이익을 주는 듯한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규율과 원칙을 세우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지금 분양권 시장엔 다운계약서가 판치고 양도소득세를 매수자에게 떠넘기는 일도 여전하다.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는 무척 중요하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잘 전달해야 한다. 여기서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만 앞으로 추진하려는 부동산 정책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

김원배 라이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