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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밴사, 수수료 인하 공약 놓고 눈치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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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이 현실화하면서 손실 부담을 둘러싼 카드사와 밴(VAN)사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하 대상 늘리면 연 4000억 부담 #카드사 “밴 수수료 줄여야” 주장 #밴사는 “수수료 내리면 도산 위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에는 영세자영업자 지원 방안의 하나로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2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결제액의 0.8%를,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은 1.3%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지급한다. 하지만 일자리위원회는 자영업자 부담 완화를 위해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약 250만 개의 전체 카드 가맹점 중 220만 개의 가맹점이 영세·중소가맹점에 포함돼 우대수수료를 적용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신금융협회는 우대수수료 확대 적용으로 카드사의 수익이 연간 약 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인한 4000억원의 손실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지다. 카드 업계에선 수수료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밴사 수수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밴사는 가맹점과 카드사를 연결해 주는 부가통신산업자다.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한국사이버결제 등이 대표적인 밴 업체다.

이들은 주로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정보 중계, 매출전표 수거 등의 업무를 대행해 수수료를 챙긴다. 카드사는 과거 카드 결제 한 건당 120원 안팎의 밴 수수료를 지급했지만, 소액 결제 비중이 높아지자 카드사는 2015년부터 밴 수수료를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로 전환해 왔다. 소액 결제의 경우 카드 수수료보다 밴 수수료가 높아지는 역마진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영세 가맹점에서 1만원짜리 물건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경우 카드사는 80원(영세가맹점 수수료율 0.8%)의 수수료를 받는데, 정작 밴사에는 12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손해가 난다.

밴사는 각 카드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사별 수수료는 영업비밀이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카드사는 수수료를 정률제로 바꿨다고 해서 카드사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밴사의 대형가맹점 리베이트가 법적으로 금지된 만큼, 리베이트에 들어가던 비용만큼 밴 수수료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밴사는 카드업계가 주장하는 밴 수수료 인하를 ‘갑의 횡포’라고 비판하고 있다. 카드사의 요청대로 밴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전환한 데 이어, 밴 수수료 자체가 내려간다면 밴사가 도산할 위기에 처한다는 주장이다. 밴사 관계자는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며 이미 밴사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사들이 결제 중개 업무를 직접 처리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아웃소싱’하며 태어난 게 밴사인데, 이제와서 밴 수수료 자체를 내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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