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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파격 인사보다 좀더 안정감 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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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너무 인기에만 신경 쓰지 말아야

송기인 신부노무현·문재인의 멘토

송기인 신부노무현·문재인의 멘토

당초 대통령이 했던 공약이 잘 지켜지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인선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괜찮았다고 본다. 조국 민정수석도 잘 골랐다고 생각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흠결이 있어 아쉽다. 다만 강 후보자는 유능한 여성이다. 흠결이 있지만 인선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 대통령 동반자 6인의 쓴소리

정책과 관련해선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인기에, 국민의 관심에만 신경 쓰지 말고 자기 계획대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적법하게 처리했다면 어려운 대로 해 나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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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잘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점이…. 최근 소방관에게 관심을 갖고 현충일에 국가유공자 어르신의 불편한 거동을 부축하는 모습 등이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지도자가 보여야 할 진심 어린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정이 과한 것 같다. 평소와 다르게 얼굴이 피곤에 젖어 있더라고….

여당=거수기로 보거나 야당=방해자 인식 안돼

문희상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문희상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김대중·노무현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가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 수행 지지도가 80%를 넘는 게 유례가 없다.

지금은 한 달이 지났기 때문에 청와대의 시간에서 국회의 시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국회의 도움 없이는 어렵다. 1차 시련기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때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내가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소통’을 이야기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통즉불통(通卽不痛)이요 불통즉통(不通卽痛)이다’였다. ‘통하면 아프지 않지만,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것이다. 하나도 소통, 둘도 소통이다. 첫 단추는 대통령과 여당이 먼저 해야 한다. 대통령이 여당을 시녀화하거나 거수기로 생각하면 안 될 뿐 아니라 야당을 국정 방해자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야당도 협조할 땐 협조해야 한다. 발목잡기 트집잡기 급급하면 여야가 같이 망하자는 것이다.

정책적인 면에서 이제 한 달이다. 5년 중에 한 달인데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나. 여기서 뭔가 해내려고 해서도 안 되고 완벽한 걸 요구해서도 안 된다.

야당 소통 거부해도 꾸준히 노력 계속해야

유인태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

유인태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

과거 야당은 이보다 훨씬 심한 사람들을 (공직 후보자로) 내놓았지만 그렇더라도 어떡하겠나, 협치하려고 하면 국회를 존중하면서 갈 수밖에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아까운 사람인 거 같던데,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5대 원칙을 너무 강조해 놓은 거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있다. 강 후보자보다 문제가 많은 사람도 천거했으면 화살이 그리로 갈 텐데, 그게 운이다. 외교부 장관 없이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도, 저렇게 가기도(강행하기도) 그렇고 상당히 딜레마다.

우리 정치문화란 게 대통령이 밥 먹자고 야당 의원을 부르면 안 온다. 미국식 정치 문화가 되려면 세월이 좀 더 지나야 될 거다. 야당이 거부해도 꾸준히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사드 보고 누락은) 군이 잘못한 것이다. 앞으로 과정을 지켜봐야 할 문제다. 일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일관되게 1호 공약으로 주장해왔던 거니까 일단은 이렇게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조금 파격으로 했는데 이제는 너무 파격보다는 원칙에 맞춰 개혁 방향으로 가되 조금 더 안정감 있는 사람한테 맡겨야 되겠지 한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 공무원 멀리 못보게 해

이정우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

이정우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이 감동을 준 경우가 별로 없는데 감동을 주니까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자칫 박수 받는 쪽으로만 갔다가 정작 중요한 것에 소홀할까 봐 걱정이다. 차분히 정책과 제도를 바꿔 나가면 좋겠다.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건 좋다. 민간인에게 맡기고 가끔 보고받고 의견을 제시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청와대 상황판을 설치해 숫자를 매일같이 점검한다? 부처 공무원들이 숫자에 대한 강한 압박감을 받게 된다. 일자리는 멀리 보고 제대로 일을 해야 하는데 그걸 방해할 것 같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57)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임명한 건 아주 잘했다. 인적 청산의 첫걸음이다. 제도를 고쳐 검찰 개혁을 완성하는 숙제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의 문재인 대통령은 대단히 정의감 있고 과단성이 있다고 봤다. 지금은 너무 균형과 조화, 탕평을 추구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정권 초, 특히 첫해는 전면 개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너무 개혁과 거리가 먼 사람들을 인선하는 면도 없지 않다. 지금은 박수 받겠지만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인수위 없는 것 알고도 미리 대비 안 돼 아쉽다

정찬용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인사수석

정찬용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인사수석

청와대에서 인사를 선택하는 인사수석실과 대상자를 검증하는 민정수석실을 빨리 가동했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줄 알았지 않나. 몇몇 사람이 사전 검증을 했어야 한다. 총리든, 다른 직위든 시간을 갖고 더 철저하게 검증했어야 한다. 지금 와서 보니 영 대비가 안 돼 있었다. 두 수석실의 기능도 거의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같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없다는 걸 미리 알았는데도…. 아쉬운 대목이다.

인사의 참신성은 좋았다고 본다. (이번에 발탁된 이들은) 자기들이 벼슬을 할 줄도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 내가 보기에는 별 실수도 아니더라. (청문회에서) 이제부터 무슨 정책을 어떻게 펼지 주로 얘기해야 한다. ‘애들을 학교에 넣으려고 주소 옮겼느니 말았느니…’ 이런 말만 하더라.

위장전입은 누구든 있을 수 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해야 한다. 20년 전의 일을 시비하는 건 적절치 않다. 일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를 묻고 어떤 정책을 할지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한 청문회가 이뤄져야 한다.

정책엔 마음 넓게 써 … 국민·국회 지지 얻어야

이광재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이광재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뛰어넘었다. 노무현을 답습하기보다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권위주의를 없애고, 소통을 강화하는 건 그러나 서로 닮은 점이다.

지난 6개월간 정부가 부재한, 일종의 ‘정치 IMF(국제통화기금)’ 상황이었다. 그간의 공백을 새 정부가 순식간에 해결하는 건 어렵다.

지금 나오는 인사 잡음은 검증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보다 (현 정부가) 훨씬 좋아진 점은 다양한 사람을, 가까이 있다고 가까이 두지 않고, 멀리 있다고 멀리 두지 않고, ‘애국’ ‘국가’의 관점에서 끌어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대왕도 사람을 구별해서 썼다. 단점이 있더라도 필요하면 써야 하는 법이다. 황희 정승도 단점이 있었다. 다만 안정과 개혁의 양 카드를 다 쓸 수 있는 인사 시스템은 지금처럼 한 정권에 맡길 것이 아니라 차후 의논해서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마음을 좁게 쓰면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고 마음을 크게 쓰면 천하를 얻는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지지와 국회의 법률 통과가 있어야 한다.

정리=추인영·김포그니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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