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어요" 고려인 4세 율라의 편지 청와대 전달...80년 만의 청원

중앙일보

입력

고려인 4세 문제를 보도한 중앙일보 2월 16일자 14면.

고려인 4세 문제를 보도한 중앙일보 2월 16일자 14면.

‘할아버지의 나라에 살고 싶다’는 고려인 4세들의 청원이 80년 만에 이루어졌다. <본지 2월 16일 자 14면, 6월 7일 자 14면 보도>

고려인들 9일 재외동포법 등 개정 청원서 전달 #현행 법에서는 고려인 4세는 성인되면 떠나야 #김율라양 "바라는 거 없다. 이 땅서 편히 살았으면" #고려인 3세 아버지, "5살 딸 위해 법 개정 돼야" #하승창 靑수석, "대통령께 청원서 전달하겠다"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국민위원회’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하승창 대통령비서실 사회혁신수석을 만나 청원서와 편지 3장을 전달했다. 국민인수위원회는 국민이 모두 인수위원이 돼 새 정부에 정책 제안을 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소통 창구다.

고려인 4세 김율랴양이 9일 광화문1번가에서 개최된 고려인특별법 청원서 전달식 후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고려인 4세 김율랴양이9일 광화문1번가에서 개최된 고려인특별법 청원서 전달식 후하승창 사회혁신수석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청원서에는 고려인 특별법 개정과 재외동포법 개정 등을 담았다. 현행 재외동포법 시행령에는 고려인을 재외동포에 포함하면서도 ‘부모 또는 조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1945년 정부 수립 이후)을 보유했던 자’로 제한하고 있다. 45년 정부 수립 이전에 외국으로 나간 고려인을 1세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에서 국적 보유자를 조부모로 제한하다 보니 고려인 4세는 재외동포로 인정되지 않고 있어 성인이 되면 강제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다.

청원서 전달에 앞서 내년이면 성인이 돼 한국을 떠나야 하는 김율라양은 직접 써 온 편지로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어 “2013년 어느 날 갑자기 말로만 듣는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처음 왔는데 첫 느낌이 깨끗하고 아름다웠다”며 “하지만 한국어를 몰라 선생님들에게 야단만 맞는 수업시간도 견딜 만했지만, 할아버지의 나라에서도 외국인이 된 외로움은 정말 힘들었다”고 적었다.

김율랴양이 9일 광화문1번가에서 고려인특별법 청원서를 접수하기 전 편지를 읽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율랴양이9일 광화문1번가에서 고려인특별법 청원서를 접수하기 전 편지를 읽고 있다.강정현 기자

김율랴양은 “저는 할아버지 나라 한국에 바라는 것이 많이 없다”며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학교에서 배운 한국어로 한국말을 못해 어려워하는 고려인을 도우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며 “더는 비자 때문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살 딸 아이를 둔 고려인 3세 노알렉산드르(44)씨도 편지에서 “고려인 어미아비의 간절한 소원”이라며 “대한민국에서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율랴, 노 알렉산드르 등 고려인 4세 등이 9일 광화문1번가에서 고려인특별법 청원서 전달식을 열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율랴, 노 알렉산드르 등 고려인 4세 등이 9일 광화문1번가에서 고려인특별법 청원서 전달식을 열고 있다.강정현 기자

서치원 변호사는 “고려인 특별법 개정 등은 시일이 걸리지만 고려인 4세의 한국체류는 시행령과 정부 지침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라며 “정부의 의지만으로 개선이 가능한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고려인들로부터 청원서를 전달받은 하승창 수석은 “청원서가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재 각 부처별로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들어 본 뒤에 답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