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인적 청산 넘어 검찰 중립성 등 근본적 개혁이 중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법무부가 어제 단행한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의 핵심은 ‘좌천성 물갈이’로 압축된다. 직급과 기수를 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발탁,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면직(免職) 징계에 이어 검찰의 강력한 인적 쇄신을 예고한다.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됐던 검사들”이라는 법무부의 설명처럼 ‘문제 검사’를 솎아내는 작업은 필요하다.

이번 인사에서 윤갑근 대구고검장,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등 4명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검찰 조직상 문책이다. 이들은 ‘황제 조사’로 물의를 빚은 우병우 의혹 수사(윤갑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정점식), 세월호 참사 수사(김진모), 이명박 정부 때 광우병 논란의 PD수첩 보도 수사(전현준) 등 논란이 됐던 사건 수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또한 상당수는 소위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검찰에 우병우 사단이 포진해 있다”며 12명의 실명을 거론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리스트에도 올라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의 ‘우병우 사단’을 제거하고, 과거의 적폐를 바로잡는다는 차원에서 이번 인사는 타당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절차와 방법에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청법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은 뒤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돼 있다. 법무차관과 대검차장이 대행하는 형식을 취했겠지만 편법이다.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공석인 상태에서 진행되는 인사를 어디서 주도했을까.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사전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국 민정수석은 임명 직후 “검찰 인사에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이 말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인사의 절차적 정당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제 인적 청산과 함께 ‘정치검찰’을 혁파하는 근본적 개혁의 청사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