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직' 권고된 이영렬과 안태근, 검찰 수사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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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59)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 차장)과 안태근(51)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대구고검 차장)은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게 됐다.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7일 법무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은 이 전 검사장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돼 있던 이 전 검사장, 안 전 국장 등의 뇌물과 특수활동비 횡령 등 혐의에 대한 고발 사건을 외사부(부장 강지식)로 재배당해 조사하기로 했다.

감찰팀, 대통령 지시한 특수활동비 전반 조사 불이행

검찰 관계자는 “합동감찰 기록을 대검과 중앙지검에 모두 보내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감찰 단계에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뇌물ㆍ횡령 혐의 등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지검장, 안 전 국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법무부ㆍ대검찰청 ‘돈봉투 사건’ 합동감찰반은 브리핑에서 모임 경위 및 성격,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전 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합동감찰반은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만찬 당시 주고받은 돈의 출처는 모두 특수활동비로 확인됐다”고 밝혔을 뿐 특수활동비에 대한 점검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법무부·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합동감찰반 관계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조사 결과를 내지 못했다. 앞으로 법무부 기획조정실과 검찰국, 대검 기획조정부가 함께하는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법무부 특수활동비(2016년 기준 287억원)는 우선 법무부 검찰국이 배정받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고, 총장이 각급 검찰청별 인원과 수사 상황 등을 고려해 배분해 왔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TF가 아니라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감찰을 총괄한 장인종(54) 감찰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 열린 감찰 결과 브리핑에서 “봉욱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각각 ‘면직’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금로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오늘 이 전 지검장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하고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며 “안 전 국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수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감찰기록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징계가 청구되면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최종 심의한다. 징계는 중징계인 해임, 면직, 정직과 경징계인 감봉, 견책으로 나뉜다. 면직이 확정될 경우 2년 동안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돈봉투를 받은 중앙지검 차장ㆍ부장검사와 법무부 검찰국 과장 등 나머지 만찬 참석자(8명)에 대해서는 검사 품위를 손상한 점 등 비위 혐의가 인정되지만, 상급자의 제의에 따라 수동적으로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해 모두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 전 국장을 비롯해 김영란법 기준(3만원 이하의 식사)을 넘어 1인당 9만5000원 상당의 식사 대접을 받은 법무부 간부들에 대해 별도 제재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양벌법(주고받은 자가 모두 처벌)으로 금품 제공자는 물론 금품 수수자도 처벌받게 돼 있다. 형사처벌까지는 아니어도 과태료 부과 사안은 분명해 보이는데 좀 이상하다”고 말했다.
합동감찰반 관계자는 “만찬 당시 안 전 국장이 수행기사에게 카드를 주며 ‘계산하라’고 했지만 이 전 지검장이 먼저 계산을 했다. 이후 언론 보도가 난 후에야 안 전 국장과 법무부 과장들은 법무부가 아닌 검찰 측이 계산한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 위반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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