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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람 잡는 영동고속도로 '마의 구간' 사망사고 잦은 원인 분석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1일 고속버스와 승합차가 추돌해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 모습. [사진 강원지방경찰청]

지난달 11일 고속버스와 승합차가 추돌해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 모습. [사진 강원지방경찰청]

“이곳은 터널 앞인 데다 상습 지·정체 구간이라 한순간만 방심해도 ‘쾅’ 대형사고 날 위험이 굉장히 높아요.”

지난달 22일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173.6㎞ 지점.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강원지사 교수가 도로 구조와 차량 움직임을 한참 동안 유심히 지켜본 뒤 이렇게 말했다.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가 지난달 11일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홍성령 교통안전공단 교수가 지난달 11일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홍 교수는 “운전자들은 터널에 근접하면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자연스럽게 지·정체 현상이 생긴다”면서 “이때 뒤따르던 차량이 순간 방심해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터널 직전 상습 지정체 구간 대형사고 위험조건 모두 갖춰 #2012년 이후 105건 사고 발생해 12명 숨지고 365명 다쳐 #사고 중 44건이 점심 식사시간 이후인 오후 1~4시에 발생 #일요일 35건 가장 많고 토요일 24건, 금요일 15건 뒤이어

홍 교수가 둘러본 이곳은 지난달 11일 고속버스가 승합차를 들이받아 승합차에 타고 있던 60∼70대 노인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은 지점으로 일명 ‘마의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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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차를 타고 사고 구간인 영동고속도로를 직접 달려봤다. 사고 지점에 가까워지자 2018평창겨울올림픽에 대비해 대대적인 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2차로 중 1개 차로의 통행이 통제됐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나는 차량은 점점 속도를 줄였다.

둔내터널(3.3㎞)에서 1㎞가량 떨어진 사고지점에선 속도가 50㎞까지 떨어졌다. 사고 영상에서 본 피해 차량의 움직임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은 당시 사고 버스의 운행기록 장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사고 버스의 시속은 92㎞.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차량이 평균 시속 100㎞로 고속도로를 달릴 경우 1초에 28m를 주행한다. 단 2초만 깜빡 졸아도 50m 이상 눈을 감고 달린 것과 같은 셈이다.

버스 운전기사 정모(49)씨는 경찰 조사에서 “식사 후 춘곤증으로 깜빡 졸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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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구간'으로 불리는 영동고속도로 봉평·둔내터널 구간.

전문가들은 이 구간이 졸음운전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설명했다.이 구간은 강릉·동해·삼척 등에서 출발한 운전자들이 1시간~1시간 30분가량 운전을 했을 때쯤 도달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봉평터널(1.5㎞)과 둔내터널 전에는 마땅히 휴식할만 한 공간이 없다. 이 구간을 지나야만 졸음쉼터와 휴게소가 나온다.

홍 교수는 “동해안에 놀러 온 관광객이나 버스 기사들이 식사를 하고 출발해 1시간가량 지났을 때쯤 도달하는 곳이 이 구간”이라며 “운전자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졸음운전 위험이 상당히 높은 곳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버스 기사 정씨 역시 사고 당일 오전 8시 30분쯤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출발해 오후 1시 30분쯤 강릉에 도착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 30분 강릉에서 출발해 문산으로 가던 중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냈다. 식사 후 1시간가량 운전을 한 곳에서 사고를 낸 셈이다.

지난달 고속버스와 승합차 추돌로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 모습. [사진 강원지방경찰청]

지난달 고속버스와 승합차 추돌로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 모습. [사진 강원지방경찰청]

그렇다면 '마(魔)의 구간'이라 불리는 이 구간에서 발생한 그동안의 사고들은 어떨까.

중앙일보는 강원지방경찰청과 함께 봉평터널~둔내터널 전·후 1.5㎞(총 14.1㎞)에서 발생한 사고(2012~2017년 5월 15일)를 분석했다. 이 도로에선 2012년 이후 10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숨지고 36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105건의 사고 중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에 발생한 사고가 44건(41.9%)이었다. 사고 대부분이 식사한 뒤 1~2시간 운전을 한 시간대에 발생한 셈이다.

요일별 분석에선 관광객이 몰려 지·정체가 수시로 발생하는 주말에 사고가 집중됐다. 일요일이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토요일이 24건, 금요일 15건, 월요일과 수요일이 각각 10건, 목요일 6건, 화요일이 5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차종은 승용차가 84대로 가장 많았고, 화물차 17대, 승합차(버스)는 4대였다.

지난달 고속버스와 승합차 추돌로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 모습. [사진 강원소방본부]

지난달 고속버스와 승합차 추돌로 4명이 숨진 영동고속도로 사고 현장 모습. [사진 강원소방본부]

사고는 기상 상황이 좋은 날에 더 많이 발생했다. 맑은 날에 발생한 사고가 84건, 흐린 날이 10건, 비 오는 날 8건, 눈 오는 날은 3건에 불과했다.

사고 노선은 강릉방면과 인천방면 양방향에서 고르게 발생해 각각 51건과 50건, 나머지 4건은 톨게이트 주변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영동고속도로의 경우 안내표지판 등 도로 안전시설이 대부분 잘 갖춰져 있지만 노면에 설치된 안전장치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한중섭 교통안전공단 강원지사 안전관리 부장은 “강원지역 고속도로의 경우 터널 인근에 졸음운전 예방과 감속을 위한 그루빙(도로에 크기와 간격이 다른 홈을 파 음원이 나오도록 하는 작업)작업을 한 곳이 많지 않다”면서 “사고 예방을 위해 터널이 있는 구간마다 그루빙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의 구간 터널 주변에 그루빙 작업이 된 곳은 인천방면 둔내터널 입구 일부 구간이 전부다. 이마저도 터널 바로 앞이라 큰 효과가 없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는 둔내터널 2㎞ 이전부터 500m 간격, 터널 200m 이전부터는 10m 간격으로 그루빙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그루빙 작업이 졸음운전 방지와 감속에도 효과가 있는 만큼 휴가철 이전에 봉평터널과 둔내터널 구간 모두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면 봉평터널 입구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 5대가 잇따라 추돌해 20대 여성 4명이 숨진 사고. [사진 강원소방본부]

지난해 7월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면 봉평터널 입구에서 관광버스와 승용차 5대가 잇따라 추돌해 20대 여성 4명이 숨진 사고. [사진 강원소방본부]

한편 '마의 구간'인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봉평터널 앞에선 지난해 7월 관광버스가 정체로 멈춰 있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20대 여성 4명이 숨졌다. 또 지난달 11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둔내터널에서는 고속버스가 승합차를 들이받아 60~70대 노인 4명이 숨졌다.

평창=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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