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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런던 테러 공격 우리가 했다” 올해도 ‘피의 라마단’ 공포 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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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3일(현지시간) 밤 발생한 런던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테러가 잇따르면서 ‘피의 라마단’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추가 테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라마단은 지난달 27일 시작됐으며 오는 25일 끝난다.

세계 곳곳 2주 새 180여 명 숨져 #IS “다음은 더 혹독” 유튜브에 글 #시리아 등 거점 뺏겨 공격 거세질 듯

라마단이 시작하기 닷새 전인 지난달 22일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어린이를 포함한 22명이 숨진 데 이어 라마단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이집트에선 콥트 교도들이 탑승한 버스에 무차별 총격이 가해져 최소 29명이 숨졌다.

지난달 28일 바그다드 북부 대로변 자살폭탄 테러로 최소 10명이 숨졌고, 이틀 뒤 바그다드 도심 시장에서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등 거의 매일 테러가 이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외교가에 트럭 폭탄 테러가 자행돼 최소 9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IS는 이 같은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테러가 영국 런던브리지와 버러마켓에서 빚어진 승합차 돌진에 이은 흉기 테러다.

올해 라마단 무렵 발생한 테러 사망자만 180명에 육박한다. IS는 선전 매체인 이마크 통신을 통해 “IS에서 파견한 보안부대가 어제 런던에서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라마단이 막 시작되던 시점인 지난달 26일 IS가 잡지나 유튜브 등을 통해 “IS의 땅에 올 수 없는 유럽의 이슬람교도 형제들이여, 본토에서 그들의 집이나 시장, 도로나 광장을 공격하라”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자생적인 ‘외로운 늑대’형 테러를 부추긴 것이다.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는 트럭이나 칼, 총을 그려넣은 ‘라마단으로 은총을 입으라’는 포스터도 게재했다고 한다. 이번 런던 테러 이후 텔레그램에는 “우리가 약속한 대로 공격에 성공했다. 알라의 가호 아래 다음은 더 혹독할 것”이라는 IS 지지자의 글이 올라왔다.

라마단이 피로 얼룩지게 된 것은 IS가 2014년 이라크 북부 모스크에서 왕국 수립을 천명한뒤 라마단을 테러와 양민 학살에 악용하면서다.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둔 중동미디어리서치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라마단 기간은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최고조에 달했다. 요르단, 미국, 프랑스, 레바논, 터키, 방글라데시 등 세계 각지에서 테러가 발생했고 420명이 숨지고 730여 명이 다쳤다.

지난달에는 알 카에다의 왕자로 불리는 오사마 빈 라덴의 28살 아들이 녹음한 음성테이프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순교자의 길을 따르라”고 요구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했다. 올해 IS의 라마단 테러는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등에서 IS가 영토 기반을 잃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신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반(反) IS 연합국에 대한 공격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무슬림위원회는 라마단 기간에 테러가 일어난 것과 관련해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생명이나 종교적 신념 중 어느 것도 중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사살된 런던 테러범 1명, 이웃 신고 묵살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3일 런던브리지 테러현장에서 사살된 범인 3명 중 파키스탄 출신인 1명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 두 차례나 신고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2년 전 한 이웃은 그가 자신의 어린 자녀들을 IS로 이끌려 시도한다고 신고했다. 그의 극단주의적 시각을 우려한 친구의 신고도 있었다. 당국이 테러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도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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