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국의 화장장 인터넷 예약 접수 3초만에 끝나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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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청주시 목련공원 화장장은 윤달이 시작되는 오는 24일부터 7월 22일까지 화장장을 연장 운영한다. 청주=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청주시 목련공원 화장장은 윤달이 시작되는 오는 24일부터 7월 22일까지 화장장을 연장 운영한다. 청주=최종권 기자

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목련공원 관리사무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이 공원묘지 내 화장장 7월 스케줄이 빈틈없이 적혀있었다. 이곳 화장장은 6개 화로에서 매일 42구의 시신을 화장(火葬)한다. 오전에는 장례를 치르는 이용객들을 위해 15회 운영하고, 나머지 오후 시간에는 이장(移葬 )이나 납골당 안치를 위해 파묘(破墓)해 온 시신을 화장하는 용도로 27회 가동한다.

전국 60개 화장장 6월 24일 대부분 100% 예약 #윤달 맞아 조상묘 옮기려는 수요 빠르게 늘어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예약 접수 3~30초만에 마감 #전 가족 동원해 화장장 예약 사이트에 접속하기도

화장장 스케줄은 24일부터 빼곡했다. 정승우 목련공원 주임은 “윤달이 시작되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개장(改葬) 유골 화장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며 “윤달 기간 화장장 사용 예약은 매일 자정에 인터넷 접수를 받고 있다. 예약은 3초, 길어야 30초 만에 모두 완료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목련공원내 장사시설부 직원이 7월달 개장 유골 화장 예약 스케줄을 보고 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충북 청주시 목련공원내 장사시설부 직원이 7월달 개장 유골 화장 예약 스케줄을 보고 있다. 청주=최종권 기자

3년 만에 돌아오는 윤달을 앞두고 화장시설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다. 손을 타지 않는 윤달을 맞아 묘지를 개장해 화장한 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선산에 묻으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접수가 끝나버려 온 가족을 동원해 예약 사이트에 접속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윤달은 예부터 ‘하늘과 땅을 감시하는 신이 없는 달’이라고 한다. 이 기간 불경한 일을 해도 화를 면한다는 속설도 있다. 이 때문에 윤달에 조상의 무덤을 파서 이장하거나 수의를 장만하는 풍습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올해 윤달 기간은 6월 24일~7월 22일까지다. 묫자리를 옮기는 이장 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유골을 화장해 납골당이나 접근성이 좋은 가족묘에 안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윤달 기간 전국 화장장은 대목을 맞았다.

청주시 목련공원내에 있는 공원 묘지. 최종권 기자

청주시 목련공원내에 있는 공원 묘지. 최종권 기자

청주시 목련공원의 경우 폭주하는 화장장 예약으로 하루 6구의 시신을 더 화장하기로 했다. 예약 기간은 기존 15일 전부터 시작했지만, 수요가 몰리는 윤달에는 30일 전부터 예약을 받았다. 목련공원 관계자는 “평소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화장장을 24일부터 1시간 추가 연장할 계획”이라며 “마지막 시간대 6개 화로에서 화장을 원하는 이용객들은 현장에 신고필증을 갖고 와야만 예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윤달 기간 화장시설 예약을 하려고 전 가족이 동원되기도 한다. 자정부터 시작되는 화장장 예약 시간에 맞춰 사이트에 동시 접속해 당첨 확률을 높이고, 혹여 취소하는 자리를 꿰 차기 위해서다. 충북에 사는 안모(63)씨는 최근 목련공원에 찾아와 “부모 2명의 시신을 화장해야 하는데 1명 밖에 예약이 안됐다”며 “두 분을 모두 모셔야 하니 함께 화장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윤달이 시작되는 6월 24일 화장장 예약이 대부분 꽉 찼다. [사진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캡처]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윤달이 시작되는 6월 24일 화장장 예약이 대부분 꽉 찼다. [사진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캡처]

전국의 화장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24일 전국 60개 화장장의 개장 유골 화장 예약은 대부분 꽉 찼다.
하루 총 41건 개장 화장을 하는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은 다음달 5일까지의 예약이 끝났다.
인천가족공원 화장시설도 오는 24일부터 내달 3일 사이 개장 화장을 하려면 대기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장 화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전국 60개 화장시설 윤달 예약 기간을 15일 전에서 30일 전으로 연장했다. 이들 화장시설은 윤달 기간 예비 화장로를 추가 가동하고 운영시간도 연장한다.

이장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김진호(46)씨는 “윤달이 없는 해에는 묘를 옮기려는 문의가 한달 평균 20건 정도였지만 올해는 150건 이상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 기회에 관리가 어려운 묘지를 없애 납골당이나 가족묘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윤달은 음력에서 계절과 어긋나는 것을 막기 위해 끼워 넣는 여벌의 달이다. 달의 주기를 토대로 헤아리는 음력은 매년 양력과 약 11일 차이가 발생한다. 이 오차를 줄이려고 2∼3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둔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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