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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이 부른 '나성에 가면'은 제 노래죠…하하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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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로부터 '매년 잊지않고 생일상을 차려줘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봉사도 중독이 되나봐요."

1970년대 말 히트곡 낸 권성희 #'연예인한마음회' 회장 맡은 뒤 #19년째 노인·소외계층 무료공연 #'나성에 가면' 넘는 곡 낼 욕심도

 노인들을 위한 무료자선공연 '한마음축제'를 19년째 열고 있는 한국연예인한마음회 권성희(63·사진) 회장의 말이다.

19년째 노인 무료공연을 개최하는 가수 권성희씨. 그는 한국연예인한마음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성룡 기자

19년째 노인 무료공연을 개최하는 가수 권성희씨. 그는 한국연예인한마음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회장은 1978년 세샘트리오 멤버로 데뷔해 '나성에 가면' '하이난 사랑' 등을 히트시킨 가수로, 지금도 활발하게 공연·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도 맡고 있다.

 '패티김을 이을 디바'란 평가를 받던 그가 봉사와 연을 맺은 건, 1980년대 초반 선배가수이자 한국연예인한마음회 초대회장인 김상희씨 등과 함께 양로원·요양원 등에서 위로공연을 하면서부터다.

봉사에 동참하는 연예인들이 수십명으로 늘어나며 특별한 무대를 만들자는 뜻이 모아졌고, 그 결과 한마음축제가 만들어졌다.

축제는 주현미·설운도·현숙·김국환·김혜연·배일호 등 유명가수가 총출동해 4시간 넘게 공연을 펼친다. 입장은 무료이며, 점심과 간식도 제공한다.

서울시 25개 구청이 초청한 65세 이상 노인들이 해마다 5000명 이상 공연장을 찾는다. 올해 축제는 8일 오전 10시부터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30여년간 노인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공연을 한 공로로 2년전 국민포장을 받은 권 회장은 한마음축제를 통해 베푸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공연을 즐기신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가수들 손을 꼭 잡아주실 때 느끼는 감동은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어요. 공연이 열리는 매년 6월이면 생일잔치상 받은 것처럼 행복하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보람 때문에 쟁쟁한 가수들이 바쁜 일정 쪼개가며 매년 공연에 참가하는 거지요."

서울시와 KB국민은행 등이 행사를 후원하지만, 부족한 예산은 가수들의 조인트디너쇼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행사 수개월전부터 서울시와 장충체육관에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참여를 자청하는 가수와 연예인도 늘고 있다. 덕분에 포크송·클래식·국악·코미디 등 공연내용도 다양해졌다.

 "매년 오시던 어르신들이 객석에서 안보일 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어르신 관객들이 돌아가신 부모님처럼 느껴지는 거죠. 봉사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사회가 뭔지, 함께 산다는 의미가 뭔지 알게 됐어요. 올해는 독거노인들을 공연에 많이 모셔달라고 서울시에 부탁했습니다."

 70년대 말 권회장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노래는 '나성에 가면'이다. 나성(羅城)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자 표기(음차)다.

노래를 만든 작곡가 길옥윤 씨가 당시 영어를 못쓰게 하는 규정 때문에 심의에 걸리자, 고심 끝에 '나성'으로 바꿔 재녹음한 것이다. 흥행영화 '수상한 그녀'(2014)에서 주인공 심은경이 극중 이 노래를 부르면서, 젊은 층의 관심도 커졌다.

"'나성에 가면'이 심은경 노래인 줄 아는 아이들에게 원조가수가 나라고 힘줘 말하죠(웃음). '나성에 가면'은 경쾌한 라틴풍의 디스코 곡인데 당시 앞서갔던 선율이었어요. 그래서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게 아닐까요. 가수로서 이 곡을 넘어서는 명곡을 남기고 싶어요. 3년 전부터 신곡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만간 대중 앞에 내놓을 겁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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