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벅스에 아무도 앉지 않는 원형 식탁이 마련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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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스타벅스 홈페이지]

[사진 미국 스타벅스 홈페이지]

오늘은 미국 스타벅스 얘기를 할까 합니다. 미국 스타벅스 홈페이지에 사진 한 장이 공개됐는데, ‘아무도 앉지 않는 원형 식탁’이라 해외 네티즌들의 궁금증을 사고 있습니다.

 이 원형 식탁이 마련된 날은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마다 돌아오는 미국 현충일(Memorial Day)이었습니다. 지난달 30일이었죠. 사진은 캘리포니아주 어반(Auburn)의 한 스타벅스 지점에서 찍혔습니다.

 사진에 찍힌 식탁 곳곳에는 해당 지점장이 의도한 특징들이 있습니다. 지점장이 전역한 군인이라는 점을 알고 다시 보면 고개가 끄덕일 겁니다.

[사진 미국 스타벅스 홈페이지]

[사진 미국 스타벅스 홈페이지]

①원형 테이블=영원함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결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라는 속삭임.
②흰색 식탁보=결백
③한 송이 빨간 장미=사랑하는 가족
④레몬 한 조각=군인의 고뇌
⑤소금=가족의 눈물
⑥엎어진 와인 잔=“그들과 더 이상 술 한 잔도 기울이지 못하는 구나”는 애석함

R.J. 루고 주니어 스타벅스 지점장

R.J. 루고 주니어 스타벅스 지점장

 지점장 R.J. 루고 주니어는 2006~2007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파병된 군인이었습니다. 15개월 파병 기간 동안 소속 여단 중 동료 군인 32명이 사망한 참혹한 전쟁터였습니다. 루고는 폭탄으로 두 다리를 잃거나 탑 위에서 적군의 저격수 총에 쓰러진 동료들을 맨눈으로 봐야만 했습니다.

 전역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이겨내고 스타벅스 점장이 된 루고는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로고는 스타벅스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현충일에 파티나 즐기러 가야겠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참전 군인들에게는 동료를 잃어버린 쓸쓸한 날이기도 합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미국 해군 홈페이지]

[사진 미국 해군 홈페이지]

 로고의 소식은 미국 재향군인회 사이트 등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다른 지점에도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할아버지를 둔 TJ콜맨 스타벅스 지점장도 ‘아무도 앉지 않는 원형 식탁’을 마련하는데 동참했습니다. 그도 “간단하면서도 영향력 있는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식탁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현충일에 마련된 미국 스타벅스의 빈 좌석.[사진 미국 스타벅스 홈페이지]

현충일에 마련된 미국 스타벅스의 빈 좌석.[사진 미국 스타벅스 홈페이지]

 내일(6일)은 제62회 현충일입니다. 나라를 위하여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충성을 기리기 위하여 정한 날입니다. 전국 오전 10시에 1분간 묵념 사이렌도 울릴 예정입니다. 혹시 사이렌을 놓치더라도 오후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그들을 잠시 생각하는 시간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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