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배구 대표 공수의 핵심이 된 정지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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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월드리그 슬로베니아전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정지석(오른쪽). [사진 국제배구연맹]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월드리그 슬로베니아전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정지석(오른쪽). [사진 국제배구연맹]

막내 티를 완전히 벗었다. 공수에서 팀을 이끄는 에이스의 면모도 보인다. 정지석(22·대한항공)이 배구 대표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6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A조 2차전에서 슬로베니아에 세트스코어 1-3(24-26 25-23 14-25)으로 졌다. 전날 체코(27위)를 3-2로 꺾은 한국은 1승1패(승점2)를 기록했다.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슬로베니아는 지난해 3그룹 우승을 차지하면서 2그룹에 올라온 팀이다. 터키, 이탈리아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지난달 29일 끝난 2018 세계선수권 유럽예선 2라운드 D조에서도 5전 전승을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세계 랭킹은 한국보다 낮지만 객관적 전력은 한국보다 한 수 위다. 슬로베니아의 코바크 슬로보단 감독은 "부임 후 7경기를 치렀는데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정지석이었다. 스타팅으로 출전한 정지석은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가장 많은 서브 리셉션(27개·48.15%)을 받으면서 팀내 최다 공격득점(11·성공률 42.31%)을 올렸다. 오픈공격은 물론 후위공격도 여러 차례 날렸다. 2m대 장신이 넘는 슬로베니아 선수들을 상대로 겁없이 때리는 과감성도 돋보였다. 백미는 2세트 중반이었다. 11-12로 뒤진 상황에서 오픈 공격을 터트린 정지석은 상대 주포 티네 우르나트를 블로킹해 13-12 역전을 이끌었다. 한국이 유일하게 이긴 세트였다. 정지석은 "슬로베니아 선수들의 기량과 기본기가 대단했다. 초반에 밀리지 않고 이길 기회가 왔는데 잡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지석은 이제 겨우 성인 대표팀 2년차 선수다. 지난해 월드리그가 데뷔 무대였다. 지난해 월드리그 마지막 상대였던 기도 베르몰렌 네덜란드 감독은 "정지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엄지를 세웠다. 정지석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나도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라며 웃었다. 겨우 2경기지만 올해도 정지석의 활약은 대단하다. 체코와 1차전에서도 이강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7점을 올렸다. 정지석은 "성인 대표는 청소년 대회와 다르게 클래스란 게 느껴졌다. 그래도 감독님이 주문하신 걸 잘 따라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한국-슬로베니아전을 앞두고 장난치듯 인사를 나누는 정지석(왼쪽)과 미차 가스파리니. 둘은 대한항공 동료다. [사진 국제배구연맹]

3일 한국-슬로베니아전을 앞두고 장난치듯 인사를 나누는 정지석(왼쪽)과 미차 가스파리니. 둘은 대한항공 동료다. [사진 국제배구연맹]

이날 흥미로운 장면은 정지석과 미차 가스파리니(33)의 만남이었다. 둘은 V리그 대한항공에서 함께 뛰는 동료다. 둘은 경기 전에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 이틀 내내 경기장을 찾은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둘 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중에는 포지션상 서로의 공격을 가로막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이날 양팀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15점을 올리며 활약한 가스파리니는 "이겨서 다행이다. 정지석과는 일상적인 얘기를 했다. 경기에 관한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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