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에 1-3패, 김호철 "생각보다 더 큰 높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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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전에서 입장하는 이강원(가운데). [사진 한국배구연맹]

슬로베니아전에서 입장하는 이강원(가운데). [사진 한국배구연맹]

한국 남자 배구가 월드리그 개막 2연승에 실패했다. 슬로베니아의 높이를 넘지 못했다.

월드리그 2차전 슬로베니아에 1-3 패배 #4일 오후 2시30분 핀란드와 홈 마지막 대결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22위)은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6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A조 2차전에서 슬로베니아(30위)에 세트스코어 1-3(24-26 25-23 14-25 23-25)으로 졌다. 전날 체코(27위)를 3-2로 꺾은 한국은 1승1패(승점2)를 기록했다. 슬로베니아는 2연승을 달렸다.

슬로베니아는 지난해 3그룹 우승을 차지하면서 2그룹에 올라온 팀이다. 터키, 이탈리아 등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다수다. 주장 티네 우르나트(29·2m)와 클레멘 세부리(27·2m2㎝)는 공수가 뛰어난 윙스파이커다. 대한항공에서 뛰고 있는 아포짓 미차 가스파리니(33·2m2㎝)의 서브도 강력하다. 지난달 29일 끝난 2018 세계선수권 유럽예선 2라운드 D조에서도 5전 전승을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세계 랭킹은 한국보다 낮지만 객관적 전력은 한국보다 한 수 위다.

한국은 정지석(대한항공), 류윤식(삼성화재·이상 윙스파이커), 이강원(KB손해보험·아포짓), 이민규(OK저축은행·세터), 이선규(KB손해보험), 박상하(삼성화재·이상 미들블로커)를 스타팅 멤버로 내세웠다. 정지석의 득점으로 1세트 포문을 연 한국은 류윤식의 오픈, 상대 범실, 이강원의 블로킹으로 5-2까지 달아나며 기선을 제압했다. 슬로베니아가 리시브 불안을 드러내는 사이 고삐를 놓치지 않았다. 류윤식, 이강원이 연달아 상대 코트를 강타했고, 이선규도 서브와 블로킹으로 득점에 가세하면서 6점 차까지 달아났다.

슬로베니아의 높이는 만만치 않았다. 베스트6 전원이 2m대 신장인 슬로베니아는 블로킹과 타점 높은 공격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23-22로 앞서던 한국은 범실에 이어 알렌 파옌크의 서브 득점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최홍석(우리카드)의 공격이 가로막히면서 결국 1세트를 내줬다. 1세트 블로킹 수는 2-6.

3일 한국-슬로베니아전을 앞두고 장난치듯 인사를 나누는 정지석(왼쪽)과 미차 가스파리니. 둘은 대한항공 동료다. [사진 국제배구연맹]

3일 한국-슬로베니아전을 앞두고 장난치듯 인사를 나누는 정지석(왼쪽)과 미차 가스파리니. 둘은 대한항공 동료다. [사진 국제배구연맹]

김호철 감독은 2세트 초반 세터 노재욱(현대캐피탈)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2세트 초반 리드를 내준 한국은 정지석의 오픈 공격에 이어 블로킹이 터지며 13-12로 재역전했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2세트에서도 20점대에 먼저 도달했다. 21-20에서 이강원의 서브에 이은 정지석의 다이렉트킬로 2점 차를 만든 한국은 24-23에서 최홍석의 C퀵이 성공해 2세트를 따냈다.

3세트는 허망하게 내줬다. 슬로베니아 블로커들은 한국의 공격 패턴을 읽은 듯 연이어 가로막기를 성공시켰다. 초반엔 부정확했던 서브도 정확하게 들어왔다. 슬로베니아는 3세트에서 블로킹 6개, 서브에이스 3개를 터트리며 한국을 제압했다.

마지막에 몰린 한국은 4세트 초반 최홍석의 스파이크와 미들블로커들의 속공이 터지며 17-17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정지석의 디그와 우르나트의 범실로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최홍석이 유효블로킹을 만든 뒤 직접 득점까지 올려 19-17로 달아났다. 그러나 21-10에서 3연속 블로킹을 당하면서 경기를 내줬다. 최종 블로킹 숫자는 7-21이었다.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 서재덕(이상 한국전력), 한선수(대한항공) 등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뒤 "생각 이상으로 높이가 높았다. 우리 선수들이 적응하지 못해 경기하면서 어려워했다. 서브를 강하게 때리고 높이로 막는 배구를 펼쳤는데 리시브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잡을 수 있는 찬스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나와 아쉬운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슬로베니아의 코박 슬로보단 감독은 "한국의 교체 전술에 당황했다. 한국에 대해 분석을 많이 했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출전을 해 어려움이 있었다. 감독 부임 후 7경기 중 오늘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4일 오후 2시 30분 서울시리즈 마지막 상대인 핀란드(17위)와 맞붙는다. 지난해 월드리그에서도 대결했는데 당시엔 3-2로 핀란드가 승리했으며 역대전적은 3승9패다. 핀란드는 A조 네 팀 중 가장 랭킹이 높지만 가장 해볼만한 상대로 꼽히고 있다. 세계선수권 예선에 출전했던 주축 선수 중 5명이 빠졌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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