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늙어가는 한국… 당장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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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可姙) 여성 한명당 평균 1.17명을 출산해 미국(2.1명).프랑스(1.9명).일본(1.4명) 등 선진국보다 크게 낮았어요. 더욱 심각한 것은 출산율 하락과 함께 고령화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거예요."

최근 '늙어가는 대한민국-저출산 고령화의 시한폭탄'을 펴낸 GE인터내셔날 한국지사 이현승(李炫昇.37)상무와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진(金顯眞.34)박사 부부. 이들의 책은 최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실태와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88년 행정고시 합격 후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 등에서 근무하며 동기들 사이에서도 선두를 달리던 李상무는 2001년 전직을 결심했다. 이후 세계적인 투자은행 메릴린치에서 국제금융 업무를 담당한 뒤 현재는 GE에서 기업 인수.합병과 신규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학위를 받은 金박사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본의 대외관계와 동아시아 지역 협력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많은 사람이 국내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시기는 10년 또는 20년 후일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는 사태를 지나치게 안이하게 보는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사회가 급속하게 늙어가며 활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갈수록 개인과 정부 모두 노인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겁니다. 한 마디로 인구 문제가 우리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거죠. 특히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가 한 아이를 떠받드는 이른바 '4-2-1 증후군'이 확산되고, 이에 따라 독립성이 결여된 이른바 '왕자병''공주병'에 걸린 아이들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할 것입니다."

98년 9월 결혼한 이들은 97년 여름 미국 하버드대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李상무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金박사는 하버드대 인문사회과학대학원(GSAS)의 객원연구원이었다.

이들에겐 현재 네살난 딸이 있다. 조만간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평균은 넘는 셈이다. 李상무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사정이 여의치 않긴 하지만 가급적 자녀를 많이 두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하재식,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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